[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야당 대표 앞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 홍 시장은 이에 대해 "비난이 아닌 팩트"라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홍 시장은 대통령실과 여당을 겨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만남은 '달빛내륙철도'(광주 송정∼서대구) 조기 착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마침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는 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 정국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 것.
이 대표는 "정치라는 것이 원래 이해를 조정하는 것 아닌가. 합리적 선의의 경쟁이 정치 본질"이라며 "(여야가) 다투되 감정을 섞지 말아야 하는데 감정적이라 안타깝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에 홍 시장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정치) 싸움도 그렇지 않으냐"며 "어차피 (윤석열) 정부는 정치에 노련하지 않다.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대표가 "여당의 원로이니 중앙당에 그런 말을 한 번씩 해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이야기하는데 당 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 4월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표면상으로는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이 상임고문인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당시 홍 시장이 '김기현 대표가 전광훈 눈치나 보고 있다'는 취지로 공격하자 이를 '지도부 흔들기'로 보고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홍 시장은 당내 논란을 만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문제 있는 사람들이 즉각 탈당해서 부담을 더는 데 우리 당은 그렇지 않다"며 "욕심만 가득 차서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자기만 살겠다는 것인데, 당에 대한 헌신이 없는 것이다. 우리 당이 원래 그렇다"고 당에 쓴소리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 시장은 민주당에 국정운영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하며 “윤석열 정권에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민주당이 도와주셔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홍 시장에 "사리분별력 떨어져".. "민주당 대변인인가?"
홍 시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홍 시장이 SNS를 통해 ‘국민의힘 최초의 상임고문’, ‘당 원로’를 자처하며 국민의힘 내부를 향해 조언한다고 밝혀 왔으면서 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부·여당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에 국민의힘 소속인 홍 시장을 겨냥해 "당 원로라는 사람이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와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그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홍 시장이 이 대표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가 홍준표 시장을 너무 잘 알았던 것 같다”며, “짧은 시간 대화하고 나오면서 아마 이재명 대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홍준표 대표께서는 이재명 대표가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다 달성해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 대변인의 비판 성명이려니 했는데 우리 당 소속 홍준표 시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욱이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주고받은 얘기라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덕담은 못 할망정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이 꼬인 시아버지 같은 모습이어서 참 보기 딱하다"며 "정치를 잘 아는 홍 시장께서 이 대표에게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은 1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정치를 잘 합니까? 김기현 대표 옹졸하다고 그러는데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품이 넉넉합니까?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홍준표 시장에 대해 “사리분별력이 떨어진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저도 뭐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에 대해서 비판도 하고 그렇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를 거의 적대시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앞에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똑같은 말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사람들이 정치 잘 모른다, 여당 당대표가 옹졸하다는 건 자기가 속한 곳을 비하하는 것으로 자기 면상에 오염물을 퍼붓는, 본인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홍준표 시장 "대통령실 정치력 부족은 비난이 아니라 팩트"
홍준표 시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나라도 이 대표를 따뜻하게 맞아줘야 한다"면서 반박했다.
홍 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사법절차를 관장하기 때문에 중요범죄로 기소된 야당대표를 만나줄 수 없지만 나라도 찾아온 야당 대표에게 덕담해 주고 따뜻하게 맞아 주어야 하지 않겠나, 나까지 야당 대표를 내쫓아서 되겠나"라고 썼다.
이어 "당을 살려낸 대선후보,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나를 자기를 비판 한다고 한낱 대구시장으로 폄하한 당대표가 옹졸한 사람이 아니고 뭔가?"라고 다시한번 쏘아 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옹졸한 협량으로 거대 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나? 대통령실이 정치력이 부족한 것도 팩트가 아닌가? 그걸 두고 이제라도 고칠 생각은 않고 아부라도 해서 공천받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당 운영의 주체가 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험난한 이판을 헤쳐 나가겠나"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홍 시장은 김 대표에 대해 "당선된 이후로 전광훈 목사에게만 전화 열심히 했지 나한테는 한 일도 없다"며 "내가 그런 것 가지고 서운해하는 사람은 아닌데, 어떻게 사이비 종교 세력과 끊으라 했더니만 못 끊고 갑자기 나를 손절하려고 덤비니까 '참 옹졸한 사람이다. 옛날에 안 그렇더만 왜 저러냐'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통령실을 비난했다는데, 비난이 아니고 팩트"라며, "(주변에) 직언할 만큼 배짱이 있고 그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배짱 있게 대들고 그만큼 기본 지식이나 정치력을 갖춘 사람이 그리하면 대통령도 무시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진짜 나쁜 놈하고도 만나야 되고 사기꾼하고도 만나야 되고 그게 정치인"이라고 전제하며, "(윤) 대통령은 평생 법만 해가지고 솔직 담백하고 이중성 없고 그리고 자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절대 상종 안 하고 그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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