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기요금이 kWh당 7원가량 인상되면서 4인 가구 기준 월 2천400원 가량 더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넘게 미뤄진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오는 11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마련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 달 넘게 미뤄진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문제와 관련해 "5월을 넘기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고, 더 끌어야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며 "조만간 (전기)요금 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국민의힘 등 당정은 한전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당정이 한전의 자구안을 받아들이고 대통령실에 보고하면 전기요금 인상폭과 적용시기 등이 결정되며 이후 한전 이사회와 전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기요금 인상이 확정된다.
전기요금 인상폭은 ㎾h(킬로와트시)당 7원이 유력하다. 한전이나 산업부는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물가관리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데다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 역시 가계 부담 증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난방비 폭탄'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터라 여름철 '냉방비 폭탄'을 재연하고 싶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설 연휴 직후 ‘난방비 폭탄 사태’로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한 결과 지난해 화물연대 사태 이전 수준인 37%로 떨어진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실무 준비를 사실상 마쳐 놓은 상태다. 11일 오전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화하는 당정 협의가 열릴 예정이다. 비슷한 시각 전기요금 조정안을 결정할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와 한전이 제출한 인상안을 심의·의결할 법적 기구인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될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여당은 한전에 요금 인상 전 강력한 자구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한전은 여의도 남서울본부와 한전아트센터 건물의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을 새로 넣은 자구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또, 본사 및 계열사의 차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이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는 내용도 자구안에 담았다.
해당 자구책에 대해 여권은 수용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0일 뉴시스에 "(자구책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인상 결정을 더 이상 질질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에 당 내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경영을 하며 계속 다듬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2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지난해 32조6천억원의 대형 적자를 낸 한전의 자금난에 다소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전기요금이 kWh당 7원 오르면 한전이 올 하반기에 2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해 온 정승일 한전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즉각적 사퇴보다는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고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어느 정도 추스른 뒤 거취 논의가 재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연내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1분기에 13.1원을 인상한데 이어 이번에 7원 가량을 올려도 올해 안에 31.5원을 더 올려야 한다.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추가 인상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전기요금 결정 주도권이 정부에서 여당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당은 지난 3월 말 첫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도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 측을 설득해 ‘잠정 보류’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지난 4월 6일 전기·가스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에너지 요금 인상 문제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라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책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수십억 적자에 비하면 몇푼 안 되니까 그것을 국민들이 다 나눠서 감당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냐”며 “누적 적자로 경영 상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했고, 그래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우리 모두 다 안다. 그렇지만 국민에게 손 내밀 염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에너지 요금 정상화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요금의 조정 폭과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조금 더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며 "당정은 서민 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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