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리빙 레전드’ 양현종(35)은 9일 SSG 랜더스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KIA의 선발 투수로 나선 그는 5연승을 질주하던 선두 SSG 타선에 8이닝 동안 6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삼진을 무려 10개나 솎아냈고 볼넷은 1개만 줬다. 933일 만에 8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977일 만에 두 자릿수 탈삼진을 올렸다. 동갑내기 라이벌 김광현(6이닝 3실점 3자책)과 8년 만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KIA가 3-0으로 승리하면서 양현종은 시즌 2승째이자 통산 161승을 거뒀다. 통산 다승 공동 2위로 뛰어오르며 정민철(51)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BO리그에서 160승 이상을 올린 투수는 송진우(210승), 정민철, 양현종 셋뿐이다.
올 시즌 출발이 좋다. 양현종은 10일 오전까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5위, 토종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 등판한 5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달성했다.
어느덧 프로 17년 차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양현종의 구위는 분명 전성기만 못하다. 2020시즌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4km였으나 지난해 시속 142.4km로 떨어졌고, 올해 시속 141.8km로 더 감소했다. 이제 양현종이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완급 조절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재적소에 섞어 던져 상대를 요리한다.
양현종은 9일 SSG전에서 ‘느린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양현종의 속구 구속은 최고 시속 146㎞, 최저 시속 129km였다. 그는 슬라이더보다 느린 직구를 던지며 SSG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섞어 완급 조절하는 것도 모자라 2가지 종류의 속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영리한 투구를 했다. 그는 이날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스프링캠프부터 느린 직구를 던지는 연습을 했다. 이제 나이가 있어 강하게 윽박지르는 것은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완급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KBO리그 다승 1위 송진우(210승) 대덕대 코치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산술적으로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사실 양현종이 통산 승수보다 더 욕심내는 기록은 따로 있다. 꾸준함을 상징하는 10년 연속 10승과 9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다.
10년 연속 10승은 이강철(57) KT 위즈 감독(1989~1998년)만 보유하고 있는 진기록이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0승을 올린 양현종은 "앞으로 또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욕심난다. 이강철 감독님도 '네가 그 기록을 경신하라'고 응원해주신다"고 말한 바 있다.
선발 투수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투구이닝은 양현종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기록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철완인 그는 통산 2193.1이닝을 소화해 송진우(3003이닝), 정민철(2394.2이닝), 이강철(2204.2이닝)에 이어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리그 사상 첫 8시즌 연속 170이닝 소화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올 시즌 초반 페이스를 유지하면 2014년 이래 9년 연속 170투구 이닝을 돌파할 수 있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기록이다. ‘대투수’ 양현종의 대기록 사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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