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하여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을 9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이날 "부상을 입으신 분들,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국민 여러분께 애도의 마음 전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헌법재판소에 출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의해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됨으로써 무의미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헌재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일 이 장관 탄핵 심판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2월9일 사건 접수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오후 1시 40분경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이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저에 대한 탄핵소추로 인해 일부 국정에 혼선과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상을 입으신 분들,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국민 여러분께 애도의 마음 전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번 탄핵 사건의 쟁점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리했다.
국회 측의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장관이 모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참사 이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예방·대비해야 했고 재난안전통신망을 강화·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사 직전 계속된 112, 119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가재난관리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의 대리인 윤용섭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정에서 "이 중에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느냐"며 "현장에 있던 경찰관도 압사 사고가 날 것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부인했다.
사후 대응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참사가 발생했는데 일사불란하게 아무 문제 없이 한 번에 끝낼 수 있겠느냐"며 "시스템 전반을 조사한 뒤 '이런 점이 미흡한데 전부 행안부 장관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달 23일과 내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행안부·소방청·경찰청의 책임자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국회 측이 신청한 유족·생존자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 이태원 골목길 현장 검증 여부는 차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검증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장관 측은 "이미 사고가 난 이태원 골목에 대한 폭과 경사에 대한 설명이 다 돼 있다. 사고가 절대 날 수 없는 곳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장관이 전국의 모든 길을 다 알고 지시를 내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현장검증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좁은 골목에서 대규모 참사가 날 때까지 현장 인력과 이태원 파출소, 소방서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중대본 등이 긴급구조나 재난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與 "민주당 탄핵소추권 남용".. 野 "탄핵 사유 충분해"
이 장관의 탄핵심판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됨으로써 무의미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반드시 탄핵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이상민 장관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고 아마 오늘 유족분들께서도 방청하실 텐데 그런 뻔뻔한 태도에 대해 또 한 번 상처를 받으실까 봐 걱정"이라며 "그래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대응 태스크포스(TF) 소속 오영환 의원도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59명의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이 장관은 탄핵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재난안전컨트롤타워는 본인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하급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며 모르쇠로 변명했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참담하게 멍들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꽃다운 청춘들이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며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꼬리자르기에 그쳤고 참사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진 고위공직자는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과 유가족들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는 한마디도 없는 참으로 비정한 정부"라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 장관은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 헌법질서를 수호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태원참사의 책임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결정하라"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생명을 지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것이 위법이 아닌가"라며 "도대체 이상민 장관이 행안부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얻게 되는 헌법질서는 무엇인가"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천윤석 변호사는 "이상민 장관은 다중밀집행사를 예견할 수 없어 행안부 장관이 할일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분명히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했다"며 "경찰국을 만들어 경찰을 통제하는 사람은 이상민 장관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는 이어 "행안부는 재난 발생 시 관련 기관들을 총괗라고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장 긴급구조활동은 참사대응과정의 일부로, 교통통제, 치안유지, 구급차 지원, 병원 배정,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 여러 절차에 걸쳐 행정력을 동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을 한 군데서 통제해야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래서 재난법은 행안부 장관을 중대본부장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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