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마 판매법인 임직원들과 만나 이 같아 멀하며 독려했다.
이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려 '황금인맥'을 활용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 업계 수장들과 만나 눈길을 끈다. 바이오를 제2의반도체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관련 계열사들의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세계적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달아 만났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조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과 만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뒤에 미국에 머무르며 현지 사업을 살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만난 제약사는 모두 삼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J&J는 제약업계 선두그룹 중 하나로 삼성의 주요 고객사다. BMS는 2013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처음으로 의약품 생산 발주를 넣어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플래그십은 삼성과 mRNA(메신저RNA) 백신 생산계약을 맺고 코로나 위기 극복을 함께한 회사다. 삼성과 유망 바이오 벤처를 양성 중이기도 하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삼성에 모두 매각한 뒤로도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유럽 현지에 유통·판매하면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오가논은 삼성바이오SP의 의약품을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각 회사 CEO들과 차례로 만나, 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가 각별히 관심을 가질 정도로 바이오 사업이 삼성에 남다른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11년), 삼성바이오에피스(2012년)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 했다. 당시 이를 이끈 게 이 회장이었다.
이후 주요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업 아래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압도적 제조 기술력을 내세워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현재는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이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오는 고령화 등으로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힌다. 바이오 시장은 2026년 1조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때문에 반도체에 편중된 삼성의 사업구조를 바꾸기에 적절한 사업이라는 평가다. 실제 그룹의 핵심 수익창출원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변수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미중 갈등 심화, 자국 우선주의, 공급망 재편이 맞물려 이뤄지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회장은 2021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디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에 세계적 바이오 CEO들과 만난 것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방안을 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 회장이 만난 기업들은 삼성의 주요 고객이거나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 속에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오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투자, 생산 기술·역량 고도화, 연구개발(R&D) 역량 내재화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도 필수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1위를 달성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위와 격차를 더 벌려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 회장이 수주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바이오 회사 CEO들과 회동 후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을 만나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음달 4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60만4000리터(L)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9개 제약사와 12개 제품 생산 계약을 완료했고, 29개사와 44개 제품 계약을 협의 중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 되고, 2025년 5공장 양산이 시작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78만4000L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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