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소음과 진동 스트레스로 앵무새들이 집단 폐사하자 원인을 제공한 건설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전해졌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앵무새 사육사 A 씨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깼다. 대법원 측은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사건은 201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앵무새 관련 사육, 번식, 판매장을 운영 중이었다. 그는 그해 1월~12월까지 키우던 앵무새 427마리가 이상 증세를 보이며 잇따라 폐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A 씨는 앵무새들이 집단 이상 증세를 보인 이유로 영업장 바로 옆 건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이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A 씨는 2017년 3월~12월까지 경기도 안양시청에 약 16차례에 걸쳐 공사 소음, 진동을 규제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재산상 손해 약 2억 5000만 원, 위자료 1억 원을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먹이사슬 최하단에 있는 앵무새 특성 상 소음 및 진동 등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한 부분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판단에서 법원은 옆 건물의 소음이나 진동이 앵무새들의 이상 증세 및 폐사와 큰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2심에서 환경정책기본법을 근거로 들며 다시 한번 배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까지 넘어간 사건은 건축사들이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한 부분을 고려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판단을 바꿨다. 대법원 측은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사회 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관련 연구 결과와 감정 내용 등을 보면 공사 소음이 (앵무새들의) 폐사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들이 방음벽을 설치했지만 공사가 시작된 후 6~7개월 뒤여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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