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최근 자신과 관련된 각종 논란에 대해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여당 내에서 ‘자진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태 최고위원의 태도에 그나마 남아있던 당내 동정론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녹취록·쪼개기후원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공천 관련 녹취록 논란에 대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제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다시 한번 이진복 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태 최고위원은 쪼개기 후원에 대해 "너무나 황당해 말이 나가지 않는다"며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서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의 발언은 이후에 나왔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은 후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그나마 있던 ‘동정론’ 소멸.. 친윤 지도부 ‘자진사퇴’ 요구 커져
태 최고위원의 기자회견 후 여당 내에서는 ‘태영호 폭탄’을 맞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잇단 설화에도 당내에서는 ‘동정론’이 제기되었으나 이제는 친윤 지도부를 중심으로 ‘자진사퇴가 답’이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영호 의원이 '집단린치'를 주장한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겠냐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이 있지도 않은 말을 함으로써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몰래 녹음을 해서 외부로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바람직하냐, 그것이 옳은 일이냐는 것과 별개로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사람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숙여야 되는 자리였는데 엉뚱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4일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태영호 죽이기라는 인식에 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이자 최고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오해를 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설령 최고위원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이 정도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엄격하고 정말 회초리 제대로 때리는 모습을 당내에서부터 보여드려야만 국민과 당원들의 신뢰를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징계를 주문했다.
■ 비윤, 이진복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책임론 제기
비윤계는 태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이진복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사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도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려면 그 빌미가 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경질해야 하고, 당에서도 태 최고위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위원 사퇴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수석의 압박이 사실일 경우 책임질 사람은 이 수석 또는 그에게 지시한 사람"이라며, "태 최고위원이 허언을 한 경우 책임질 사람은 태 최고위원을 지목했다"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저는 태 최고위원의 말이나 이진복 정무수석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녹취록 내용이) 사실일 것 같다”며, "국민 너무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안철수 의원도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전당대회 경선 당시 이 수석으로부터 들었던 '사퇴 압박'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 유출을 둘러싼 논란 등과 관련해 징계 절차가 개시된 기존의 다른 사건들과 병합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 윤리위는 오는 7일까지 태 최고위원으로부터 해당 사안들에 대한 서면 소명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8일 열리는 3차 회의에서 심사를 거쳐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윤리위에 회부된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 최고위원 모두 당내에서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지면 김기현 지도부는 최고위원 2명이 빠지게 된다. 만일, 징계 결과에 대해 두 최고위원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버티면 ‘제2의 이준석 사태’가 벌어져 더 큰 혼란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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