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근 광주에서 5·18 왜곡 발언을 쏟아 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는 국민의 아픔을 전광훈의 망언이 다시 찢어놓고 있다"며 지난 4월 28일 전 목사를 고소하면서 부터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전 목사를 소환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5·18을 왜곡·폄훼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정한 5·18 왜곡처벌법 적용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전 목사는 지난 4월 27일 광주 북구 광주역 광장 집회에서 ‘5·18은 공산당 간첩과 김대중 지지자들의 합작품으로 간첩들이 일으킨 폭동’ 이라는 등 5·18 왜곡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에는 지지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 목사는 “독일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에게 속았지만 나중에는 히틀러에게서 벗어났다”며 “광주 시민들이여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벗어나라”고도 외쳤다.
또, “(민주당이) 적화통일과 다름 없는 연방제 통일을 원하고 있다“며 평소에 주장하던 대로 문 전 대통령을 간첩 혐의로 구속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5·18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즉각 규탄 성명을 내고 전 목사에 대한 처벌을 주장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지난 4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광훈이 집회를 한 광주역 광장은 계엄군 집단 발포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장소이자 5·18 사적지 중 하나"라며 "그 장소에서 5·18 정신을 우롱하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또 "계엄군의 만행을 북한 간첩 소행으로 왜곡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두환 민·형사 재판을 통해 확인된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것은 종교의 가면을 쓰고 광주 시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전광훈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함께 5·18을 모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5·18정신을 훼손한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전광훈의 5·18 망언에 대한 입장을 내고 광주 정신을 왜곡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5·18 단체는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지난 2일에는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왜곡 처벌법) 위반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4일에는 김공휴 5·18부상자회 광주광역시지부 사무국장이 같은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수사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3일 '5·18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과 5·18 공로자회 정성국 회장을 각각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전 목사에 대해 소환 통보하고 출석하는 대로 관련 조사를 이어간다'고 5일 밝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전 목사의 발언이 ‘5·18을 왜곡·폄훼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 5·18 왜곡처벌법 적용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 왜곡 처벌법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근거로 왜곡하거나 폄훼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며 “수사 절차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 전 목사 “대통령실이 민노총 세력 막아달라 요청” 주장
한편, 전광훈 목사는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앞서 전광훈 목사는 지난 4월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에서 "오늘 아침 일찍 청와대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미국을 가는데 '목사가 반드시 저 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 노동절날 저 반국가행위를 목사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걱정하지 말고 미국 잘 다녀오라. 반드시 대한민국은 우리가 지켜낼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월 28일 논평에서 "전광훈 목사가 주장한 바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언제부터 민주당이 그렇게 전 목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만큼 열성팬이었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훼손과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4월 28일 논평에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의 밀월관계는 수 차례 드러난 바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배후에 있다면 정말 충격적"이라며, "대통령실은 누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전 목사에게 전화를 했는지, 무엇을 협의하고 지시했는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5.18 민주항쟁을 앞두고 태영호 최고위원에 이은 전광훈 목사의 왜곡 발언에 대해 정부여당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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