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시대 맞는 英, “외교·관광에 도움” vs “영연방 구심력 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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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시대 맞는 英, “외교·관광에 도움” vs “영연방 구심력 약해져”

폴리뉴스 2023-05-05 14:35:10 신고

영국 대관식 왕관 모양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영국 대관식 왕관 모양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황정일 기자] 영국이 내일 ‘찰스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화려한 왕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관식을 향한 영국인들의 시선이 복잡하다.

왕실 지지가 여전히 과반이 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카리스마가 걷히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며 눌려있던 불만이 영국과 영연방에서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6일 대관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무게 2㎏이 넘는 왕관을 쓴다. 군주가 투표로 뽑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백성’의 지지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 외교·관광에 도움…왕실 지지 60% 넘어

영국 왕실 지지 여론은 6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열성 왕실 팬들은 대관식 행렬을 보려고 며칠 전부터 버킹엄궁 앞 명당에 진을 쳤다.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는 4월 조사에서 군주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1년 전과 비슷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보석이 박힌 왕관과 화려한 황금마차 행렬, 1000년 역사가 담긴 웅장한 예식, 거리에 나부끼는 거대한 국기, 세계의 관심은 영국인들에게 사라진 대영제국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왕실 팬까진 아니더라도 왕실이 외교와 관광에 도움이 되니 실용적인 측면에서 유지하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굳이 바꿀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 젊은층 지지 하락…군주제 지지도 하락세

군주제 지지는 10년 전에는 75%에 달하다가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18∼24세의 지지는 36%로 2015년(69%)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공화제 지지가 40%로 더 높다.

18∼24세 지지는 2020년 전후로 크게 추락했는데, 이때가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왕실 결별,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크게 불거졌을 때다.

군주제 지지 하락을 찰스 3세 개인 탓으로만 보긴 어렵다. 찰스 3세가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60%로, 잘못한다(14%)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여왕 서거 당시엔 각각 30%대로 비슷했다. 유고브는 다들 찰스 3세가 예상보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영국인 절반 대관식 세금 지원 부정적

세금이 들어가는 화려한 대관식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유고브 조사에서 51%가 대관식 세금 지원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대관식이 끝난 뒤에 비용을 공개할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1000억파운드(약 167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 여파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은 생계비를 대느라 쪼들리는데, 어마어마한 자산을 보유한 국왕의 대관식을 왜 세금으로 치르냐는 비판이다.

영국 언론 ‘가디언지’는 대관식을 앞두고 왕실의 재산 규모와 재정 불투명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변화…왕실 무관심층 확대

70년 전 여왕 대관식과 비교할 때 영국이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다문화 사회가 됐다는 점도 무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인도계 힌두교도인 리시 수낵이 작년 10월 총리로 취임한 것이 가장 상징적이고, 파키스탄계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이민자의 후손들이 주요 자리에서 영국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은 왕실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잉글랜드 시골 마을에 사는 노인들과 같은 마음은 아닌 것이다.

또 기독교인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면서 대관식을 통해 하나님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 군주로서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효과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잉글랜드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대관식을 집전하며 국왕에게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비기독교인들에겐 그저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 영연방 이탈 들썩…식민지배 사과 요구

대관식을 계기로 영연방 왕국에서는 공화국 전환 움직임이 커지고 식민 지배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외교·경제 파워가 축소되면서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마이클 애쉬크로포트가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 약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투표를 한다면 6개국에서 공화국 전환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군주제 유지보다 많이 나왔다.

이미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했고 앤티가 바부다,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국가들이 독립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영연방 소속 12개 국가의 원주민 정치인과 유력인사 등은 최근 찰스 3세에게 ‘사과, 배상, 유물과 유해의 반환’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영국의 식민 지배를 공식 사과하고 왕실 재산을 이용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부 활동가들은 ‘아프리카의 별’로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컬리넌’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며 온라인으로 8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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