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마지막을 안내하는 장례지도사는 죽음을 다루는 직업이라 막연히 중년 이상의 세대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장례지도사의 상당수는 이른바 MZ세대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와는 반대로 조기 퇴직하는 장례지도사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례지도사 때려치웠다'는 글이 올라와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글쓴이 A씨는 "장례지도사 2년 하다 지난주에 그만뒀다"며 "난 이 직업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이유로 "(가까운 미래에) 아무리 기계가 사람 직업을 대신한다고 해도 사람이 가는 임종 길을 '사람한테 맡길래, 기계에 맡길래' 물어보면 유가족들 대부분은 사람 손을 택한다"고 들었다.
그는 "이 길을 가면서 주변에서 '매일 곡소리 들으며 살아야 할 텐데 정신적으로 괜찮겠어?'라는 걱정들을 많이 했다"며 "나는 그 부분을 조심했다. 발인할 때 유가족분들이 시신 지나가면서 울고 이런저런 말 건네는 것 최대한 무시했고 공적으로만 대하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적응되다 보니 아무런 감정이 안 들면서 우려했던 염려는 사라졌다. 그런데 정반대의 문제가 닥쳤다. 감정이입이 아닌 감정 고갈 상태에 빠진 것.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 자체가 안 들기 시작했다.
염해야 할 시신들이 들어와도 그냥 고깃덩이, 마네킹으로 보였고 가끔 사고사한 참혹한 시신을 봐도 귀찮은 일거리로 여겨졌다.
위층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 고인의 지인들이 울거나 감정이 격해져 싸우는 소리가 들려도 '시끄럽네…"라는 마음만 들었다.
A씨는 "이걸 스스로 깨닫고 나서는 무서워서 더는 일을 못 해 먹겠더라. 그래서 그만두고 나왔다"며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는데 막노동을 해도 장례지도사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정부 인증 교육원에서 현장 실습 등 300시간의 교육을 받고 자체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경기에서 이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이었는데 이 중 301명(42.3%)이 20~30대였다. 이 비율은 지난 2020년 32%에서 계속 늘고 있다.
업계에선 심각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 이른바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보고 진출하려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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