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가수와 배우를 겸하고 있는 것이 제겐 더없이 좋은 시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가수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배우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죠. '가수 출신 배우'라는 것에 대해 넘어야 할 벽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다만 항상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병헌 감독 영화 '드림'으로 관객을 찾아온 아이유가 이렇게 말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6일 개봉해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아이유는 극 중 소민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그동안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영화 '브로커' 등에서 보였던 비교적 어두운 모습을 벗었다.
최근 아이유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림'과 관련한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유에게 '드림'은 사실상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진작 크랭크인 했지만, 코로나19로 제작이 지연됐다. 그사이 영화 '브로커'를 찍고 '칸'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드림'은 4년여 만에 개봉하게 됐다.
아이유는 "다들 걱정이 있었다. 끝까지 으샤으샤 하다 보니 이 순간이 왔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연 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조금은 가볍고 사연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이유는 "사연 없는 캐릭터는 상상하는 재미가 있더라. '소민이 성격이 왜 이럴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캐릭터를 잡았다"고 했다.
극 초반 남녀노소를 불문 관객들은 아이유가 내뱉는 '말맛' 대사를 넋을 잃고 듣고 볼 것이다. "미친 세상에서 미친년처럼 사는게 정상 아닌가"라는 귀에 쏙 박히는 대사를 찰지게 소화한다. 또한 이병헌 감독의 요구대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도 미친사람처럼 웃어 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대사는 일반적이지 않다. 배우들이 자신의 긴 대사를 2배 빠르게 쳐서 생동감 있게 전하길 바란다. 그래야 '말맛'이 산다. 아이유는 이미 기자 간담회 등에서 이 감독의 '대사'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이유는 "배우들이랑 현장에서 많이 연습했고, 구석에서 혼자서도 연습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멘붕의 순간이 오는 날도 있었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제가 준비한 연기에만 기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난히 많이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예상한 것과 다른 상황이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준비는 열심히 하 되, 맞지 않으면 현장에서 가감 없이 버릴 수 있는 훈련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이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을 재미있게 봤었다. 감독님 자체가 자신의 작품 같은 분이다. 유쾌하면서 시니컬하다. 대사가 딱 그렇다. 재미있고 미소가 지어지는데 어딘가 모르게 쿨하게 느껴지지 않나. 함께 작업해보니 감독님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섬세하다. 머릿속에 계획을 빽빽하게 짜 놓고 계신다. 그래서 현장에서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 늘 든든했다"라고 했다.
"연예계에 감사한 파트너분들이 많아요. 유인나, 조정석, 이번에 함께한 박서준 씨까지 제게 거울 효과도 있죠"
특히 '드림'은 많은 사람이 인생작으로 꼽는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과 '나의 아저씨' 아이유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이유는 "사실 박서준 씨와 사담을 많이 나누진 않았다. 먼발치에서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라며 "아무리 긴 호흡에도 텐션을 유지하더라. 한 번도 처진 적이 없다. 지구력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이어 아이유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갑자기 무언가를 요구할 때 저는 좀 헤맸는데, 박서준 씨는 바로 캐치해서 오케이를 받더라. 그런 모습에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제가 어려워할 때 잘 도와주셨다. 박서준 씨의 순발력이나 재치를 보면서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4년 정도 촬영했는데, 매일 보진 않았지만 한 번도 실망해 본 적이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울러 아이유는 "그렇지만 아직 말을 놓지 않았다. 영화에서도 끝까지 친해지지 않는다. 그게 현실에서도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처럼 느껴졌다"라며 웃었다.
아이유는 공개 연인 이종석에 대한 질문에도 쿨하게 응했다. 그는 "남자친구랑 당연히 연기 얘기를 한다. 고충이 있을 때, 잘 모르겠다 싶은 장면이 있을 때 남자친구를 비롯해서 유인나 등 동료들, 선배들에게 SOS를 많이 요청하는 편이다"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조정석을 떠올렸다. 아이유는 "처음 이야기한다. '드림' 리딩을 하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코믹 연기를 정말 잘 해보고 싶었다. 자신 없는 장면이 있어서 조정석 선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코미디 연기의 정수이지 않나"라며 "소민이랑 홍대랑 대면하는 신이었다. 조정석 선배에게 '이 장면을 정말 잘 하고 싶은데 아이디어를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꼭두새벽부터 8개 정도 버전으로 대사를 읽어서 음성으로 보내주셨다. 실제로 많이 사용했다. 이제 와서 이야기 한다는 게 참 배은망덕한 것 같다"라고 미안해했다.
이어 아이유는 "저도 도움을 청하는 분이 있으면 많이 도와주고, 아이디어도 드리고 싶다. 연예계에 감사한 파트너 분들이 많다. 유인나, 조정석, 이번에 함께한 박서준 씨까지 제게 거울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자잘 자잘한 슬럼프가 있었어요. 하지만 전 번아웃이 잘 안 오는 편입니다. 기분에 메여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좋은 기분, 나쁜 기분 모두 오래 지속하는걸 별로 안 좋아해요.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게 좋죠. 아무런 기분이 없는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때나 처질 때나 날려버리는 습관이 있어요."
앞서 아이유는 2008년 가수로 데뷔했다. 연기는 2011년 방송된 KBS 드라마 '드림하이'부터 시작했다. 지난 시간 동안 안방에서 차곡차곡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시청률, 화제성까지 모두 잡았고, 2022년 개봉작 '브로커'로는 칸 영화제까지 다녀왔다.
아이유는 "사실 데뷔하기 전부터 배우를 꿈꿨다. 연습생 때 연기를 먼저 배웠고, 연기학원도 다녔다. 어쩌다 보니 가수를 빨리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수와 배우를 겸하고 있는 것이 제겐 더없이 좋은 시너지를 준다"며 "가수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배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다. '가수 출신 배우'라는 것에 대해 넘어야 할 벽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 다만 항상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유는 "영화는 이제 두 번째다. 사실 데뷔하고 나서 불이 붙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드라마도 처음엔 그랬다"라며 "가수 때 무명 시절이 있었고, 점차 좋아졌기 때문에 (영화의 흥행 여부)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점점 좋아지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영화를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 첫 번째 크랭크인을 이병헌 감독님과 함께했다.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작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만 봐도 제가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 겸손해했다.
아이유는 가수 활동 때 '아이유', 배우 활동 때는 '이지은'이란 이름을 썼다. 이번 '드림' 개봉 전 '아이유'로 활동명을 통일했다.
그는 "30대엔 '계획을 하지 말자'가 계획이다. 큰 목표가 없다. 하루하루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93년생으로, 31세가 됐다.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때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도 '일'에 있어서 '쉼'이 없다. 차기작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 중이며, 유튜브 채널 촬영도 열심이다. '드림' 개봉에 맞춰 홍보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운이 좋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홍보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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