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 시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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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 시계에 주목한다.

더 네이버 2023-04-27 08:20:52 신고

1 원통형 터보로터를 둔 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2 랑에 운트 죄네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 3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 4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5224R 트래블 타임. 

1 NEW TECH

지난 10여 년간 고급 시계업계는 저마다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해 복잡한 시계들을 소개해왔다. 투르비용을 시작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스카이 차트, 타종 기능까지 차례로 소개한 데 이어 이를 하나의 무브먼트에 넣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까지 소개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이미 그 기술을 증명한 후라면 무엇으로 승부할까? 브랜드들은 기계식 동력 저장 시간을 늘리거나 신소재를 투입하거나 케이스 크기 혹은 두께를 줄이거나 디자인을 새로 하는 등 기존에 소개한 기술을 향상시키고 더 간결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방향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쇼파드의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도 그중 한 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들은 1969년 이래 기계식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대세였고 쇼파드에서도 L.U.C를 비롯한 모든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주로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소개해왔다. 그러나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수동 무브먼트로 출시했다. 탑재한 칼리버 L.U.C 03.07-L은 컬럼 휠과 연결된 레버를 그대로 드러낸 상태로 제네바 인증과 COSC 인증을 동시에 받았다. 아름다운 마감이 돋보이는 수동 크로노그래프는 ‘퓨리스트(furist)’라 부르는 시계 애호가들이 여전히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를 선호한다는 데 착안해 수동으로 회귀했고, 25개 한정 생산해 퓨리스트들의 소유욕을 더욱 자극했다. 기계식 자동 무브먼트라도 수동 무브먼트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이면서 여러 장치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도록 브리지의 일부분만 가리는 마이크로 로터나 가장자리에서 회전하는 페리페럴 로터를 채택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이유다. 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도 후면을 보면 수동 무브먼트처럼 보이지만 자동 무브먼트다. 특별히 제작한 터보로터 실린드리컬 오실레이팅 웨이트라 부르는 원통형 로터를 개발, 다이얼 12시 방향에 배치했다.  
같은 기능을 더 단순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파텍 필립은 자사의 GMT 기능을 갖춘 시계는 12시간 표식으로 홈타임과 로컬타임을 위한 별도의 낮밤 표식을 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칼라트라바 5224R 트래블 타임’은 24시간 표식으로 추가 시침을 둔 것 외에 낮밤 표식 없이 매우 깔끔한 모습이다. 랑에 운트 죄네의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도 서브 다이얼 대신 빨간색 크로노그래프 중앙 초침과 60분을 표시할 수 있는 분침을 추가하는 정도로 기존 날짜와 요일 창, 스몰 세컨즈 배치를 그대로 살렸다. 덕분에 기존 날짜, 요일 조정에 필요했던 푸셔는 크라운의 당김 유무에 따라 크로노그래프 푸셔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율리스 나르덴의 ‘프릭 원’, 르쌍스의 ‘타입 8’은 케이스 측면에 있던 크라운을 없애고 케이스 후면으로 감기와 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몽블랑 ‘언베일드 타임키퍼 미네르바’ 등의 시계는 푸셔 대신 베젤로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한다. 

오리스 프로파일럿 알티미터.

에르메스 H08. 

2 MATERIAL

금속 부문에서는 티타늄 소재나 세라믹 합금 소재가 증가 추세인 한편 귀금속과 세라믹, 카본, 사파이어 크리스털 등 비금속 소재 사용도 활발하다. 매달 시계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스위스 시계산업협회(Federation of the Swiss watch Industry)의 2월 시계 소재별 통계를 살펴보면 스틸, 골드-스틸, 다른 금속 소재는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비금속계 기타 소재는 여전히 플러스 성장 추세로 전월 대비 생산 물량 71.6%, 판매금액 62.6%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정도다. 이런 결과는 플래티넘이나 골드 같은 귀금속의 인기야 여전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소재들이훨씬 가볍고 견고한 데다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다채롭고 세련된 스타일 구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르메스의 경우 2021년 스포츠 시계 H08 출시 당시 티타늄 소재 외에 탄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그래핀을 함유한 신소재 모델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76g 정도로 가벼운 시계는 그래핀 소재로 제작한 리차드 밀의 시계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순식간에 완판됐고 에르메스는 2023년 새롭게 선보이는 ‘H08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그래핀 분말과 결합한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했다. 기존 H08 시계도 유광 세라믹 베젤과 유리섬유 합성 케이스로 제작해 신소재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시계도 99.95% 실리카 성분을 시트 몰딩 합성 공정을 통해 만든 광물 복합 소재를 케이스에 적용했는데 카본보다 13% 더 가볍다. 오리스 ‘프로파일럿 알티미터’ 시계는 저비용,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한 부품 제작 스타트업 9T와 협업해 3D 프린터와 유사한 기법으로 제작한 고밀도 수지 PEEK와 탄소 합성 소재로 케이스를 제작했다. 케이스 크기가 44mm로 크지만 기존 시계보다 70g 가벼운 98g의 무게를 기록했다. 

1, 2 1908 시계에 탑재한 칼리버 7140. 3 까르띠에 산토스 스켈레톤. 

3 OPENWORK & SKELETON

4~5cm 이하의 작은 공간에서 서로 각축을 벌이는 손목시계의 경쟁. 매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 공간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다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가치를 드높이는 방법으로 즐겨 쓰이는 것이 바로 오픈워크와 스켈레톤이다. 오픈워크는 다이얼 판을 제거하거나 일부를 도려내는 방식으로 무브먼트의 일부분을 열어 보이고 스켈레톤은 아예 브리지의 여백 부분을 제거하고 부품을 나사로 고정할 수 있도록 골격 부분만 남긴 것을 말한다. 롤렉스는 그간 무브먼트를 드러내지 않는 솔리드백 케이스로 유명했다. 그러나 올해 ‘데이토나’와 새로 출시한 ‘1908 컬렉션’을 통해 케이스 후면을 오픈백으로 드러내며 무브먼트를 노출해 화제다. 이를 위해 기존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0을 대체하는 4131, 스리 핸즈 기능의 7140을 새롭게 개발했고 보기에 아름답도록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각인을 넣은 골드 로터 등 마감에 더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오픈 페이스’를 이름처럼 오픈워크 다이얼로 소개했다. 투르비용과 레트로그레이드 날짜까지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여기는 기능을 결합하면서 작동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드러낸 것이다. 기존 스켈레톤도 변화하고 있다. 까르띠에는 ‘산토스’를 시작으로 ‘탱크’, ‘파샤’, ‘로통드’ 등 여러 컬렉션을 통해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꾸준히 소개해왔다. 까르띠에만의 스켈레톤은 언제나 로마 숫자 인덱스를 그대로 살린 브리지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올해 소개한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모델은 해와 달을 주제로 한 스켈레톤 브리지였고, ‘산토스 스켈레톤’은 바형 인덱스 모양의 골조에 비행기 모형을 얹은 로터를 장식처럼 내세웠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태그호이어 까레라 데이트.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다이얼을 얹은 오리스 아퀴스 데이트 업사이클.

4 SUSTAINABILITY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시계업계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그래서 소재의 원재료부터 꼼꼼하게 살피고 다양한 소재를 자체 개발하는 중이다. 쇼파드의 경우 골드 등 귀금속 소재에 있어 페어 마인드 골드부터 시작, 이제 모든 골드 소재 시계를 윤리적 방식으로 채굴한 100% 윤리적 골드를 사용하고 있다. 쇼파드는 ‘알파인 이글’을 통해 소개한 자체 개발 소재, A223 루센트 스틸 소재를 ‘해피 스포츠’, ‘L.U.C’, ‘밀레 밀리아’ 모델에까지 확장한 것과, A223 소재는 초기 75% 이상 재생 스틸을 사용했으나 2025년이 되면 95%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네라이도 재생 소재에 앞장서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21년 다이얼, 슈퍼루미노바 안료까지 95%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섭머저블 e랩 ID’ 컨셉 시계에 이어 50% 재활용 스틸을 사용한 eSteelTM 시계를 소개해왔다. 2023년에도 재활용 스틸을 사용한  eSteel™ 시계를 내놓았는데, PVD 코팅으로 인위적인 노화 효과를 더한 모습으로 색다른 변화를 줬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change for the better’라는 항목을 두고 있는 오리스도 꾸준히 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해상에 떠도는 페트병을 수거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이를 상자로 만든 ‘오션 트릴로지’ 프레젠테이션 박스에 이어 2023년에도 이를 다이얼에 사용한 ‘아퀴스 데이트 업사이클’ 시계를 소개했다. 채굴 시 환경을 훼손하는 천연 보석의 대안으로 실험실에서 탄생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사용도 늘어나고 있다. 시티즌에 이어 오리스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시계를 소개했다. ‘아퀴스 데이트 다이아몬즈’ 시계는 총 1.2캐럿의 다이이몬드를 사용했지만 판매가격은 695만원에서 720만원대다. 태그호이어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시계를 소개했는데 더불어 케이스 지름 36mm에 랩그로운 핑크 다이아몬드를 다이얼과 크라운에 세팅한 ‘까레라 데이트’ 모델을 추가하면서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시계 소재 개발부터 유통에 이르는 친환경 흐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클래식 투르비용 매뉴팩처. 

5 SIZE

1920년대 저지 소재 남성복을 응용한 여성복을 소개한 샤넬부터 1966년 여성용 턱시도를 포함한 르 스모킹 컬렉션을 소개한 이브 생 로랑까지 패션의 선구자들과 여성 권리 해방 운동 등이 맞물려 1970년대 티셔츠와 청바지, 중성적인 슈트까지 남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모드가 탄생했다. 최근에는 ‘젠더리스’라는 용어로 불리는 스타일은 시계업계에도 통하고 있다. 1950~1960년대 남성 손목시계는 36mm 정도가 일반적이었는데 시계가 점점 커지면서 36mm 크기는 여성 시계가 차지하고 남성 시계는 42mm에서 47mm가 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손목 굵기가 가는 아시아인이 고급 시계의 주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시계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기계식 시계에 복잡한 기능을 넣으려면 부품 수가 많아져서 당연히 무브먼트와 이를 탑재한 케이스 크기가 커지고 두꺼워지지만 이 역시 기술과 장비 발달로 점점 얇고 작은 크기로 구현 가능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름 36~40mm 크기의 케이스로 남녀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시계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클래식 투르비용 매뉴팩처’ 시계는 기존 42mm에서 39mm로 크기를 줄인 새로운 케이스로 변신했다. 실리콘 이스케이프를 장착한 투르비용 시계는 남성은 물로 여성이 착용해도 무방하다. 남성적인 시계가 많은 브라이틀링은 41mm의 ‘탑 타임’, 40mm ‘프리미에르 B09 크로노그래프’를 남성 시계는 물론 여성 시계 카테고리에도 포함시키고, 38mm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슈퍼 크로노맷 오토매틱’도 소개하면서 유니섹스 무드를 이어나갔다. 

1 프랭크 뮬러 뱅가드 크레이지 아워스 바이 홈 뉘엔. 2 롤렉스 익스플로러 40. 3 IWC 인제니어 티타늄.  

6 ANNIVERSARY

2023년을 기념하는 시계 브랜드가 유난히 많다. 12시 방향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빨간색으로 처리한 ‘라우렐’ 시계는 회중시계에 고리를 단 형태지만 세이코와 일본산 최초의 손목시계로 꼽힌다. 1913년 출시, 올해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면서 ‘세이코 프레사지’ 110주년 기념 시계를 2500개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1953년 처음 출시한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스’, 롤렉스 ‘익스플로러’와 ‘서브마리너’도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블랑팡은 70주년 외에도 블랑팡 오션 커미트먼트 20주년, 곰베사 원정 1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며 원작을 그대로 닮은 액트1 한정판에 이어 액트2 한정판으로 ‘테크 곰베사’ 시계를 출시했다. 하반기에 다음 기념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롤렉스는 ‘익스플로러’를 올해 40mm 케이스로 새롭게 출시했는데 ‘데이토나’ 또한 1963년 출시해 60주년이 되는 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데이토나는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1을 개발했고 이를 오픈 케이스백으로 열어 보였다. 태그호이어도 1963년 ‘까레라’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60주년을 기념한 시계들을 내놨다. 초기 모델처럼 스몰 세컨즈와 크로노그래프 카운터가 다이얼 색과 대비되는 검은 판다 크로노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고, 글라스박스 2447 SN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도톰하게 올라온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특징이다. 한정판인 시계는 까레라를 탄생시킨 잭 호이어의 어록을 담은 빨간 레이싱 레드 컬러의 전용 상자에 담긴다. IWC가 제랄드 젠타에 의뢰해 만든 ‘인제니어’도 1983년 출시 이래 4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며 블랙, 실버, 블루 컬러의 시계를 출시했고 특별히 전체 티타늄 시계도 내놓았다. 같은 해 스와치 그룹의 전신 ASUAG/SSIH 그룹이 탄생해 오메가, 론진, 티쏘 등 유서 깊은 시계 브랜드가 한 그룹사로 묶였다. 동시에 플라스틱 케이스와 밴드로 일본 쿼츠 시계에 대항했던 스와치도 탄생 40주년을 맞았다. 기념 에디션이 나오지 않았지만 로이 리히텐슈타인부터 르네 마그리트, 보티첼리의 작품을 담은 스와치 아트 오브 저니 시리즈를 출시, 예술과 패션과 협업했던 스와치의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 오프쇼어’ 3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1972년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로열 오크’를 더 스포티하게 발전시켜 1993년 엠마누엘 귀트가 디자인한 이 시계는 로열 오크만큼이나 사랑받는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고 30년을 기념하며 전체 세라믹 소재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출시했다. 프랭크 뮬러의 ‘크레이지 아워’는 자유분방하고 컬러풀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로 대표되는 시계다. 이를 기념하며 베트남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홈 뉘엔과 협업해 ‘뱅가드 크레이지 아워스 바이 홈 뉘엔’ 시계를 소개했다. 특유의 스케치로 로고와 모델명, 인덱스 숫자를 그린 독특한 시계를 무채색부터 컬러 모델까지 5종 출시했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시크릿. 

피아제 스윙 쏘뜨와 골드. 

7 FOR LADIES

남녀 공용으로 착용할 수 있는 시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성 시계의 크기를 줄인 정도에 머물지 않고 오직 여성만을 위한 시계들도 늘어나고 있다. ‘에제리’, ‘트웬티포’, ‘보헴’, ‘랑데뷰’, ‘루체아’ & ‘디바스 드림’ 등은 각각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 몽블랑, 예거 르쿨트르, 불가리에서 소개하는 여성 전용 컬렉션이다. 19세기 전후 남성이 회중시계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면 여성은 노리개처럼 시계, 인장 등 여러 소지품을 매단 샤틀랭부터 목걸이, 브로치, 팔찌, 반지, 작은 손가방 등 다양한 소지품에 시계를 숨겨놓고 시간을 봤다. 손목시계가 대세를 이룬 지금도 일부 브랜드는 간간이 시계 다이얼을 감춘 시크릿 워치 등을 선보이며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2023년에는 특이하게도 소투아르라 부르는 긴 목걸이 시계가 등장했다.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라이언 시리즈는 사자 형상 아래 다이얼을 감춘 뱅글형 팔찌를 비롯해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로 앞뒤를 장식한 목걸이 시계를 소개했다. 반클리프 아펠도 ‘뻬를리’ 라인을 확장하면서 원석을 얹은 원형 장식을 돌리면 시계가 나타나는 뱅글과 펜던트 목걸이를 내놨다. 피아제는 금속 세공의 절정을 보여주는 커프 시계 외에 금선을 한 가닥씩 꼬아 만든 목걸이 시계 2종을 소개했다. 타원형 잠비아산 에메랄드를 세팅하고 말라카이트 다이얼을 가진 시계를 결합한 목걸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주얼리다. 예거 르쿨트르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 ‘리베르소 시크릿’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목걸이 시계로 1930년대 리베르소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블랙 텍스타일 브레이슬릿, 코르도네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아르데코 스타일이 돋보인다. 태슬을 연상시키는 오닉스 참을 매단 시계는 기계식 수동 칼리버 846을 탑재하고 있다. 목걸이 시계의 다이얼은 착용자의 시선을 고려해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다. 

1 IWC 파일럿 퍼페추얼 캘린더. 2 로랑 페리에 그랜드 스포츠 투르비용 퍼수트. 

8 COLORS

패션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시계도 점점 패셔너블한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가 바로 색상이다. 흰색 또는 은색, 검은색이 대세를 이루다가 파란색이 그 사이에 파고들더니 2~3년 전부터는 친환경 분위기를 타고 녹색이 떠오르고 있다. 녹색은 연녹색부터 짙은 청록색, 밝은 카키, 올리브그린 등 다양한 톤으로 점점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다이얼에서 스트랩까지 모두 녹색인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모델을 출시했고, IWC도 ‘파일럿’ 시계를 레이싱 그린이라는 녹색으로 장식했다. 에잇데이즈 기본 모델부터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온통 녹색이다. 이를 잇는 다음 색상은 연어 살색인 새먼 컬러다. 2019년 단 하나뿐인 시계를 경매에 내놓아 올린 수익금을 기부하는 온리 워치 경매에서 파텍 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6300A’가 당시 360억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됐는데, 이 시계가 새먼 다이얼로 화제를 모았다. 그 까닭인지 간간이 브랜드에서 새먼 다이얼을 선보이고 있다. 파텍 필립을 비롯해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브라이틀링 ‘프리미에르’, 몽블랑 ‘헤리티지’, 오메가 ‘드빌 프레스티지’ 등 메이저부터 독립 시계 제작사 그뢰네펠트, 쿠도케, 아틀리에 드 크로노메트리 등에서도 우아한 새먼색을 볼 수 있다. 로랑 페리에의 ‘그랜드 스포츠 투르비용 퍼수트’ 시계는 가장자리로 갈수록 짙어지는 오팔린 마감 핑크 색상이다. 핑크라 부르지만 실제 새먼에 가까운 색상이다. 

몽블랑 1858 아이스트 씨 고프레 세트. 2 샤넬 이클립스 박스 세트. 

9 SET

율리스 나르덴은 3명의 천문학자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아 1988년부터 출시한 텔루륨 요하네스 케플러, 아스트로라븀 갈릴레오 갈릴레이, 플래니타리움 코페르니쿠스를 합쳐 2010년 ‘트릴로지 오브 타임’이라는 이름의 세트로 새롭게 구성해 100개 한정 생산했는데, 지금도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 세트로 경매에 나온다. 그 외에 온리 워치 경매에는 샤넬이나 몇몇 브랜드에서 세트 구성으로 단 하나뿐인 제품을 내놓는다. 2021년 까르띠에는 3가지 미스터리 아워 방식의 로통드 드 까르띠에 시계를 모은 ‘아이콘즈’ 세트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렇게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세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왔다. 샤넬은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7개의 J12 시계를 모은 ‘이클립스 박스’ 세트를 내놨고, 몽블랑은 초록색, 회색, 파란색 다이얼의 1858 아이스드 씨 오토매틱 데이트 시계를 모은 ‘고프레’ 세트를 한정판으로 내놨다. 몽블랑이 메르 드 글라스 빙하가 있는 1913m 높이의 산에서 착안해 191개만 한정 생산하는 세트는 시계보다 3D 프린터로 산봉우리를 재현한 특별한 상자에 담겨 제공된다. 파르미지아니도 중국력, 이슬람력, 그레고리안력을 기준으로 다이얼을 구성한 3가지 퍼페추얼 캘린더를 모아 ‘컬처럴 캘린더스 트릴로지’ 세트를 소개했다. 

1 까르띠에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2 샤넬 라이언 아스트로클락. 

10 CLOCK

2001년부터 해마다 각 카테고리별로 최고의 시계를 뽑아 수상하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그 카테고리는 시계업계의 경향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늘어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는데, 2022년에는 이례적으로 손목시계가 아닌 기계식 클락 부문이 새로 생겨 총 15개 카테고리가 됐다. 탁상시계나 벽시계는 쿼츠 무브먼트 보급 이후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에 파고들었다. 그러나 기계식 손목시계의 부활과 함께 기계식 탁상시계와 벽시계도 함께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까르띠에는 옛날 보석으로 만들던 탁상시계를 다시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공예 기술의 극치로 여겨지는 예술적인 탁상시계로 2023년에 소개한 제품은 회중시계 형태로 탁상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거치대를 둔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다. 샤넬은 사자상에 움직이는 천체를 둔 ‘라이언 아스트로클락’을, 반클리프 아펠은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꽃과 요정을 둔 2개의 오토마톤 클락으로 워치스 앤 원더스 박람회 내내 화제를 모았다. 파텍 필립은 기요셰부터 에나멜, 보석 세공한 돔 클락과 회중시계를 가지고 제네바 메종에서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이제 손목시계보다 더 큰 시계에도 눈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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