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찬 기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2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을 찾아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행보에 대한 강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은 반도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한국의 각종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에 마련된 한국 언론 프레스룸을 찾아 한국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정상회담 전에 상대국 취재진을 찾아 질문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이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그는 기자가 질문하지 않은 ‘한일관계’에 대해 선제적으로 얘기한 것이 주목된다.
커비 조정관은 “질문은 받지 않았지만 꼭 떠나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정말 감사를 드린다고 하는 것”이라며 “한일 양자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보여주신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를 원하는 바람, 열망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각각의 동맹의 국가들이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은 역내에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역할과 지도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커비 조정관이 한국 취재진에게 전달하고자 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안 발표와 한일정상회담, 그리고 윤 대통령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등으로 한국 내에서 윤 대통령에 부정평가가 높아지고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의 이러한 입장은 과거 일본의 불법적인 조선 침략과 식민지배, 반인권적인 강제징용과 군 위안부 동원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태도다. 미국의 편의에 따라 ‘피해자’인 한국이 ‘동맹’을 위해 굴욕을 감수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질문에 “비공개 정보가 비승인된 방법으로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 저는 말할 수 없고, 또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들, 즉 이번의 비인가된 공개와 관련 있는 국가들과 정규적으로 저희들이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도감청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어 “이러한 접촉을 통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범위 내에서 사안에 대해 인폼(inform)을 드렸고, 동맹국가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저희 동맹과 우방 국가들에게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해 드릴 것을 의사소통한 바 있다”고 했다.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이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과의 뜻은 나타내지 않았다.
커비 조정관은 다른 현안 질문에 대해서도 ‘떠넘기기’, ‘모르쇠’,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사 반도체 판매 금지시에 한국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게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한미협력 강화는) 국가안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안보, 우리의 첨단기술 보호에도 협력을 굉장히 강화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여부와 관련해 “어떤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첨단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어떤 국가는 하지 않는데 이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도자와 그를 뽑은 국민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미국은 존중한다”며 “윤 대통령이 추가로 어떤 지원을 할지는 윤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모든 결정을 미뤘다. 미국의 압박과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뜻을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많은데 IRA, 칩4를 통해 굉장히 많은 혜택을 받는 인센티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대중국 교역관계 악화 등에 따른 막대한 손실 발생문제에 대해 ‘모르쇠’했다.
또 커비 조정관은 미·중 관계에 대해선 “경쟁하는 것이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더 할지 요청하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한·미 동맹이 할일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한국에 자신의 대중국 봉쇄에 동참을 요구해왔고 윤 대통령은 이를 적극 수용해왔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선택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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