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의원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강성 지지층과 중진 의원들간의 의견 차이가 심해 자칫 '당내 내홍'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민주당 청원게시판에는 '민주당의 구태적인 대의원제도 완전 폐지를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있다.
청원인은 취지에 대해 "돈 봉투 사건의 발단은 바로 대의원 제도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기회에 구태적인 대의원 제도를 철폐하고 반드시 당원 중심의 깨끗하고 공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해야 국민들이 인정하는 공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을 대상으로 돈봉투가 흘러간 정황이 나온 만큼, 돈봉투 의혹 대책으로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대의원제 폐지’가 힘을 얻고 있다. 대의원에게 할당된 전당대회 표 비중을 대폭 줄여 현역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 유혹 자체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 현행 대의원제,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60명 몫
민주당은 호남에 편중된 권리당원의 비중을 감안해 대의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호남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민주당 권리당원의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반면 영남의 경우 인구 비중은 24.6%에 달하지만 민주당 권리당원의 비중은 7%대에 불과하다.
안규백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이 우리 당의 뿌리인 것은 맞지만 전국정당으로서의 의사 결정 과정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대의원에게는 편중된 권리당원의 지역적 분포에 있어 균형추를 잡는 막중한 역할이 부여돼 있는 것"이라며 대의원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행 대의원제는 대의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22년 전당대회의 경우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를 반영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룰로 진행됐다. 민주당 대의원이 1만6000~1만7000명선으로 권리당원(120만여명)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60명의 표와 맞먹는 셈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대의원제 폐지와 개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대의원제 투표 비율 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돈 봉투 의혹 발생 이유가) 대의원 비율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것도 있지 않나.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비명계 중진 의원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 반대 목소리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의원제 조정은) 정말 터무니없는 진단”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대의원 제도를 폐지하고) 전 당원투표로 갔을 때 훨씬 더 많은 당원들,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그러면 돈을 더 많이 뿌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문제에 얼마나 단호하게 대응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전당대회 때 만약에 돈을 뿌렸다가 그것이 밝혀지면 ‘공천도 못 받고 앞으로 민주당에서 정치한다는 게 불가능하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도 24일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이상민 의원은 이를 "시험 못 봤다고 시험을 없애면 되겠는가"라는 비유를 들어 막아섰다.
이 의원은 "돈봉투 사건의 본질은 매표 매수 행위를 했다는 그 점이다"며 "거기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지 대의원 제도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는 비겁한 태도다"고 지적했다.
■ 원내대표 후보들은 ‘대의원제 개선’ 공감대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후보들은 대의원제 개선에 공감대를 보이는 모습이다.
25일 열린 차기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익표 의원은 ‘당의 혁신 방안’ 질문을 받자 “지역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는 것을 금지한다든지, 대의원 숫자를 늘린다든지, 1인 1표제 원칙을 관철해 나가는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2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의원 1표와 일반 당원 60~70표와 등가가 같은데 이 부분은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며 폐지를 포함한 다양한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범계 의원과 박광온 의원도 ‘대의원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폐지’보다는 ‘개선’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박광온 의원은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물론 우리 정당이 동서 어디서나 고르게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됐다. 지지율로 보면 부산·울산·경남은 꽤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당원 수로는 여전히 수도권과 호남, 충청에는 미치기 좀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경북은 좀 더 정도가 차이가 난다”며 대의원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범계 의원도 2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대의원제는 아주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제도”라며, “현재 60대 1의 권리당원 간의 표의 등가성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폐지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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