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급락에 떨고 있는 정유업계…수요 위축, 회복될까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업계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정제마진이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인 배럴당 4~5달러보다도 떨어지면서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영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일에는 배럴당 2.35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주요 항구의 물동량 감소 등으로 경유 중심 수요 감소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6월 넷째 주 배럴당 29.5달러까지 상승했던 정제마진은 올해 1월 넷째 주 평균 13.5달러를 기록한 이후 두자릿 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주 배럴당 7.7달러였던 정제마진은 4월 첫째 주 5.3달러, 둘째 주 3.9달러로 큰 폭 하락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함에 따라 정제마진이 급등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추가 감산 소식으로 이달 초부터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였음에도,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4사의 1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5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2분기에도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유업계의 실적은 지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를 기점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인도의 농업 부문 수요 증가와 산업 활동 회복으로 경유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또한 중국의 내수 회복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며 경유 중심으로 정제마진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화물 물동량 지표가 지속 성장세로 나타나 석유제품 수출 쿼터의 추가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럽과 아시아의 등·경유 재고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과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으로 하락 가능성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를 기점으로 정제 마진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5월부터 시작되는 드라이빙 시즌에 접어들면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우려를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이빙 시즌 시작에 따른 석유 수요의 증가 여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 복합적인 국제 정세에 따라 향후 업황이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세계 석유 수요 둔화가 개선돼야 하는데 언제쯤 나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도수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