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양안관계’로 불거진 한•중간 불화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최근 중국의 외교적 결례에 대해서는 항의의 뜻을 밝히면서도 거듭 "우리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중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안 갈등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 문제"라고 말해 중국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대만 관련 문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몇일간 거친 설전이 이어지면서 한•중 관계가 사드 사태 당시처럼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이후 양국 외교 당국자간 사태 수습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재호 주중국대사는 지난 20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으로부터 윤 대통령 인터뷰 관련 항의 전화를 받았을 당시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안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통화에서 쑨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대사는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차례 대외적으로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은 안보·경제 등 제반 측면에서 이 지역과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정 대사는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통화 당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인터뷰와 관련해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선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거듭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쑨 부부장은 "왕 대변인의 관련 발언은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을 특정해 언급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외교 당국자간 대화로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으나 정 대사와 쑨 부부장 간 통화 다음날인 21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의 관영 매체가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났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워싱턴에 대한 충성 표시'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유출한 기밀문서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고위관계자 불법 사찰로 드러났을 때 정작 심각한 침해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지 않고 왜 온순한 새끼 고양이처럼 행동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3일 ‘하나의 중국 존중’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외교 당국자는 "중국 언론의 이런 악의적 기사는 중국을 국제사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며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지난 20일 "한중은 상호 존중과 호혜 원칙에 따라, 정치 시스템이 상이해도 이미 약속한 규범을 지키고 국제사회의 룰을 존중한다면 필요한 대화와 협력을 적극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측의 반응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 뿐만 아니라 안보.경제 분야 대중(對中) 견제 문제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매개로 해당 사안에 대한 자국의 강한 반발 기류를 확실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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