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의 ‘천재 타자’ 강백호(24)는 지난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개막 전 발가락을 다쳐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고, 시즌 중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다. 데뷔 이후 가장 적은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으로 기대를 한참 밑도는 성적을 남겼다. 지난 겨울 연봉 계약에서 삭감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2022년 5억5000만 원에서 47.3% 떨어진 2억9000만 원에 도장을 찍으며 쓴맛을 봤다.
시련은 계속됐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으나 호주와 1라운드 경기에서 ‘황당 주루사’를 당했다. 또다시 태도 논란에 휘말리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탄탄대로를 걷던 강백호에겐 고난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련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선수가 됐다. 절치부심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강백호는 23일 오전까지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3(65타수 21안타) 3홈런 10타점 출루율 0.378 장타율 0.523 OPS 0.901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부상 병동인 KT 타선에서 박병호(37), 알포드(29)와 함께 기둥 구실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백호는 한층 진지해진 자세와 태도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한다. 이강철(57) KT 감독은 “강백호가 국제대회를 경험한 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본인이 느낀 게 많았는지 성실하게 잘해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KT 관계자도 “강백호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20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강백호는 "생활 패턴을 많이 바꿨다. 작년에 다치면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태했기 때문에 더 부지런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저 자신에게 엄격한 스타일이다. 될 수 있으면 뭐든 규칙적으로 하려고 하고, 뭐든지 100%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백호는 ‘롤모델’ 박병호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박병호는 성실함의 대명사다.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찍 야구장에 출근하고, 개인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강백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가 강백호를 잘 잡아주는 것 같다. 시간을 정해 일찍 나와 함께 타격하는 모습을 봤다. 박병호가 워낙 성실해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박병호 선배로부터 자기 관리나 생활적인 것들을 많이 보고 배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백호 역시 누군가의 롤모델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신인 정준영(19)에게 여러 차례 타격 조언을 건넸다. 원래 후배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후배들이 먼저 물어보면 최대한 잘 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외야수로 복귀했다. 2018~2019시즌 외야수만 뛴 그는 2020년부터는 줄곧 1루수로 나섰다. 2021시즌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야 복귀를 희망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과 면담한 끝에 외야수 출전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본래 자리로 돌아온 강백호는 녹슬지 않은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외야수로 출전한 9경기에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16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선 3회에 상대 팀 채은성(33)이 친 공을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내는 호수비도 선보였다. 그는 “외야 수비에 적응 중이다. 수비든 타격이든 특출 난 것도 좋지만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실수도 하겠지만,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강백호는 시즌 초반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시즌 초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기복이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복을 줄이는 게 과제다. 기복이 심하면 팀에도 저에게도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치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 “숫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작년에 다치고 보니 건강한 게 최고인 것 같더라. 몸 관리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하면 수치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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