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스슬램을 노리는 전인지(28·KB금융그룹)가 '백만불 짜리' 샷으로 홀인원을 기록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우즈(파72·682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 '무빙데이' 3라운드.
10번홀부터 출발한 전인지는 17번홀(파3·164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샷한 볼이 핀 앞에 떨어지더니 훅라이를 타고 구르더니 홀로 사라지면서 행운의 에이스를 잡아냈다.
이번 홀인원으로 전인지는 100만 달러(약 13억3200만원)를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하게 됐다.
전인지는 첫날 78타로 공동 122위로 컷오프를 걱정했으나,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이븐파로 공동 48위에 올랐고, 3라운드에서 홀인원에 힘입어 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8위에 올랐다.
17번홀에 마련된 이벤트는 조기 교육에서 경력에 이르기까지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셰브론 챌린지(The Chevron Challenge)'. 홀인원 하면 100만 달러, 버디를 할 때마다 1만 달러를 도네이션을 게 된다.
전인지는 지난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장학 재단을 설립해 자신이 우승한 골프장 직원들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전인지의 이번 홀인원은 LPGA투어에서 6번째다.
1879년 설립된 셰브론(대표이사 마이클 워스)은 자회사 및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관리하고, 통합 에너지 및 화학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로 한국 등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다.
▲다음은 전인지의 인터뷰
Q. 오늘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는데.
-이번 주에 홀인원으로 좋은 차가 걸려있어서 선수들끼리 얘기를 많이 했었다. (차는 없었지만) 그 홀(17번)로 걸어가면서 무언가 오늘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언더파로 갈 수 있으니까 욕심이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서 세이브하자'는 마음을 갖고 티로 올라갔다. 거리를 보고, 샷을 준비하고 쳤는데,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떨어지면서 홀인원이 됐다.
'아~ 여기는 차가 없는데' 하면서 아쉬워 했는데, 그 홀이 어떤 의미가 있는 홀이었는지에 관해 얘기를 듣고, '뭔가 이게 더 값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골프를 하고, 원하는 물건들을 샀을 때는 사실 2~3일만 지나면 행복한 마음이 사라졌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기부활동을 하면, 그런 일들이 한달이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계속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사람들로부터 다시 그런 일들에 대해 박수를 받고 하면 삶이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오늘도 내가 홀인원을 함으로써 어딘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홀인원이라고 생각한다.
Q. 오늘 홀인원이 모멘텀이 됐나.
-셋째날 경기다보니 최대한 많은 스코어를 줄이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있었다. 버디가 잘 안 나와서 답답해하고 있던 타이밍에 홀인원이 나왔고, 내가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긍정적인 사이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버디도 계속 만들어 냈다. 아쉬운 부분은 물론 있지만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하루가 된 것 같다.
윤경진=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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