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낙하산 대해부] 윤석열 정부 “낙하산, 그런거없다”…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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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낙하산 대해부] 윤석열 정부 “낙하산, 그런거없다”…진실은?

한스경제 2023-04-23 05:30:00 신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당시 (2022.03.10)./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 당시 (2022.03.10)./ 국회사진기자단

[한스경제=박수연‧김동수‧김호진 기자] “제가 집권하면 그냥 놓겠습니다. 여기에다가 사장 누구 지명하고 이렇게 안 하고요.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저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2021년 10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 발언이다.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수행 기관으로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대선 후보시절 캠프 출신 인사 등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사가 자리를 나눠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역대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은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일명 '캠코더'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지난 2020년 10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정부 산하기관 임원 272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캠프, 친여성향 시민단체 출신, 민주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는 466명에 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서수남' (서울대·교수·영남) 인사들이 대거 수장자리에 앉았다. 지난 2016년 사회공공연구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임명된 공기업 낙하산 의심 인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명자 1658명 중 3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범 1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라며 “윤 대통령이 내려보낸 낙하산들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윤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859명을 분석한 결과 대선 캠프 출신인사가 44명, 정치권 출신이 141명, 이병박‧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가 4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출신인사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370개 공공기관 임원 전수 조사 결과 검찰 출신 인사가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사 후배 챙길 시간에 민생을 좀 돌보라”고 지적했다. 

대선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공공기관 수장 자리에 앉히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지켜지고 있을까. 한스경제는 지난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370개의 기관장, 상임감사, 상임이사 경력사항을 조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기관장./ 알리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기관장./ 알리오

◆ 반복되는 '캠프출신' 보은인사

조사결과 윤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대거 선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알리오의 '주요경력'란에 캠프 출신임을 밝히지 않았다.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기관장으로는 한국장학재단 배병일 상임기관장과 한국관광공사의 김장실 사장과 부사장 이씨 등이 있다. 김장실 사장과 부사장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당시 이들은 각각 국민통합처청위원장과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을 맡았다.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은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 수도권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 역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설계 등에 참여했으며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에서 활동하며 신도시 계획을 총괄했다. 

이 외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임이사 이 씨가 대선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지난해 12월 주택도시보증공사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최 씨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 정책메시지실장이었다. 또 아동권리보장원 부원장 고 씨는 윤 대통령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유세본부에서 유세지원단 부단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지난 2월 임명된 건설근로자공제회 상임감사인 김 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내고 윤석열 '국민캠프' 직능본부 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인 김 씨는 국민의힘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2012년에는 박근혜 후부 캠프에서,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 글로벌에너지 위기에도 ‘비전문가’ 인사  

조사결과 캠프 출신뿐만 아니라 정권창출에 기여하거나 윤석열 정부에 친화적인 인사들도 발견됐다. 문제는 이들이 해당 분야의 경력이 없는 등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전기‧가스 요금이 급등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의 인사가 중요한 시기에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선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3월 임명된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 전 씨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충주시장 예비후보로 나선바 있으며 대선을 앞두고는 윤 대통령 지지모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은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여권 인사다. 그는 윤석열 대선 캠프 당시 정책자문단 총괄간사로 활동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용기 사장 역시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정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와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등을 맡았다. 

최인혜 사장과 정용기 사장 등 두 사람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평갈를 받고 있다. 최 사장은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경력은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일 한 경력은 없다. 

지난해 11월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낙하산 인사들은 한결같이 관련 분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뿐"이라며 "한국가스공사에 내정된 최 전 국회의원 역시 에너지 분야 비전문가로 이미 1차 공모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면접에 탈락한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사장과 관련해서도 "에너지 분야 전문성이 전무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출신"이라고 강조했다. 

◆ 인수위 출신부터 'MB‧朴 라인' 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함께 했던 사람들도 대거 선임됐다. ‘알리오’의 주요경력란에 인수위원회를 기입한 공공기관장 및 임원은 15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산업은행 강석훈 은행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신임 당시 ‘낙하산’논란과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문제 등으로 내홍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 지부는 강 회장의 신임을 두고 “산은이 또 다시 부적격 낙하산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인 김 씨는 대통령취임준비위 전문위원을, 재단법인 국악방송 사장은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유 씨 역시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 출신이다. 

한국주택공사 상임이사인 이 씨는 인수위 부위원장실 현안지원팀 수석팀장을 맡았고 앞서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을 역임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인 최 씨는 인수위 사회복지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보좌관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의 상임감사 채 씨와 비상임이사 김 씨 역시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외에도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 김 씨 △국방기술품질원 비상임이사 김 씨 △주식회사 에스알 비상임이사 임 씨 △코레일로지스(주) 이사 이 씨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 홍 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상임이사 박 씨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 김 씨 등이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활동했던 인사들도 눈에 뛴다.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대통령 비서실 파견근무를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었다. 김 씨는 출근 첫 날부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의 ‘출근길 저지 투쟁’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국민연금지부는 김 이사장의 임명과 관련 “기획재정부 출신 보건북지부 차관의 제청으로 ‘모피아’ 출신 김 이사장의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며 “낙하산 임명이 국민 피해와 제도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국토연구원 비상임이사 도 씨는 이명박 정권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이었으며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박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 대외협력관 출신이다. 

또 주식회사 에스알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오 씨는 박근혜 정부시절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맡았다. 

◆ 공공기관 수장 자리 '낙하산' 반복될까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빈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전략물자관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김경욱 사장이 이달 사퇴를 밝혀 추후 공석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석인 기관장 자리를 어떤 인물이 채울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예컨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기관장은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 주무기관 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결정된다. 때문에 이들 수장 자리에 캠프출신이나 현 정권과 직간접인 관계를 맺은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지난달 강도태 이사장의 퇴임으로 기관장 자리가 빈 상태다. 당시 퇴임의사를 밝힌 강 이사장은 1년 10개월의 임기를 남긴 상황이었다. 이에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21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차기 이사장 후보 공모에 정 교수와 장 교수 등이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정 교수의 경우 윤석열 대선캠프에 참여해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장 교수 역시 윤 대통령 후보시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일하다가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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