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워맨스와 정치물의 어설픈 짜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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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맨스와 정치물의 어설픈 짜깊기

메디먼트뉴스 2023-04-22 05:23: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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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얼마 전, 관록의 두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의 합으로 연일 화제를 모은 드라마 '퀸메이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다. 총 11부작으로 구성되는 본 작품은 대기업 은성그룹의 해결사이자 전략기획실의 수장으로 몸담았던 '황도희(김희애)'가 은씨 일가의 파렴치한 악행에 회의를 느끼고, 이에 복수하고자 서민을 대리해 투쟁하는 청렴 정치인 '오경숙(문소리)'의 서울 시장 당선을 위해 분투하는 서사다. 흥행을 담보하는 두 배우의 장악력과 전복된 젠더 서사가 주는 색다른 감흥이 분명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한켠에 남는 아쉬움은 왜일까.

'퀸메이커'는 여성 서사에 정치물의 외피를 더해 전개되지만, 구색만 갖춘 채, 실상 그 무엇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다. 우선, 여성 서사에 대해 논하자면, 여성 배역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더불어 여성을 권력의 첨단에 위치시킨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시도라 하겠다. 다만, 그 틀 안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기능과 역할은 남성 배역의 대체제 혹은 소모품이다. 권력을 쥐고 흔드는 대기업 총수도,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 3선 의원도 모두 여성이지만 그들이 정작 하는 언행은 고전적인 정치물 속 익숙히 엿보이는 남자 배역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남성 대신 여성이 담배를 물고, 자리를 점하고, 불륜을 즐기면 여성 서사가 되는 것인가. 이런 노골적인 복제 외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여성의 고통이 수단으로 재현된다는 데에 있다. 극중, 황도희는 (백재민의 꾐에 속아 본인이 퇴사까지 강요한) 무고한 피해자가 자살하자, 각성하게 되는데, 이때 피해자의 희생은 주인공의 재도약의 계기로 소모되고 만다. 극 곳곳에서 임신, 출산 등 여성의 고통에 대해 짚어내는 작품이지만 도리어 또 다른 여성의 고통을 전시하는 방식은 지극히 폭력적이며 허술하다. 


또한 두 주인공의 워맨스에는 쉬이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우선, 황도희와 오경숙은 성폭행 가해자인 빌런 '백재민(류수영)'을 끌어내리기 위해 합세하지만, 그 동기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 예컨대 은씨 일가의 추악한 면모를 덮고, 은폐하는 데 숙련된 황도희가 후배의 자살을 겪고 갑작스레 토해내는 죄책감과 눈물은 극히 비약적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를 파멸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출마까지 감행하는 오경숙의 선택도 의아할 뿐이다. 이러한 미흡한 개연성을 차치하더라도 비장한 표정과 굳센 결의를 보였다면, 그들이 목표하는 최소한의 정의라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선거판에서 정작 하는 것들은 폭로와 은닉의 연속 뿐이다. 극중, 다른 정치인들의 부패에 비하면 그다지 반윤리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신사적이지도 않은 공작을 연이어 계획하고 실행한다. 정의를 명분으로 규합한 이들마저 상대 후보자들의 약점을 들춰내고 폐부를 찔러가며 세력을 점해가는 모습으로 정치계를 묘사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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