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하는 자크제우스키 / 스코틀랜드 육상 연맹
스코틀랜드 출신 여성 마라토너가 경기 중 일부 구간에서 차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적발돼 실격 처리된 것과 관련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마라토너가 "경기를 포기하려 레이스 중 차에 탑승했고 조직위 측에 이를 알렸지만, 경기 속행을 제안받았다"고 폭로한 것.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직위는 사실을 은폐한 것은 물론 선수 반칙 행위를 조장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일 ‘GB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조아시아 자크제우스키(47)의 부정행위가 뒤늦게 확인됐다.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41.195㎞)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 거리는 맨체스터에서 리버풀까지 50마일(약 80.5㎞)이었다.
포즈를 취한 자크제우스키 / 자크제우스키 페이스북
자크제우스키는 이 대회에서 7시간 25분을 기록, 3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경기 직후 동메달을 들고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동료 선수들의 고발로 그가 2.5마일(약 4㎞) 구간에서 차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 과정에서 자크제우스키는 1.6㎞가량을 1분 40초에 주파한 것도 확인됐다. 이는 100m를 6.25초에 주파한 수준으로, 자메이카 출신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세운 100m 9.58초 기록보다 3초 빠르다.
자크제우스키 / 자크제우스키 페이스북
결국 자크제우스키는 반칙을 시인했다. 그는 "팬들과 조직위를 실망시켜 정말 미안하다"며 "조직위의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자크제우스키는 호주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48시간을 달린 이후 경기 전날 영국에 도착해 몸 상태가 안 좋아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수의 일탈로 일단락되는가 했던 사건은자크제우스키가 처음부터 부정행위를 할 의도는 아니었다며 '주최 측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크제우스키 "차를 타고 왔다고 밝히고 경기 포기 의사를 전했는데 그들은 '중단하면 너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BC NEWS
자크제우스키는BBC와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레이스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알리기 위해 대회 관계자가 있는 다음 검문소까지 친구 차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검문소에 도착해 대회 관계자들에게 차를 타고 왔다고 밝히고 경기 포기 의사를 전하자 그들은 '중단하면 너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You will hate yourself if you stop)'이라며 경기 속행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경쟁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계속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조직위 측이 선수의 부정행위를 방조, 묵인하는 수준을 넘어 조장했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울트라마라톤 연맹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편 자크제우스키는 지난 2월 대만 타이베이 울트라마라톤(411.5㎞)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많은 여성 울트라마라토너들의 롤 모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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