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제휴로 수익에 날개를 달았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가상화폐 투자자들에 대한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빚투(빚내서 투자) 공급원 역할을 우려하는 측면이 크다.
업비트와 연결된 계좌를 소유하고 있는 케뱅 차주의 신용대출은 케뱅 전체 신용대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고 가상자산에 빚투를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다.
대출된 금액들이 정말 가상자산에 모두 투자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신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케뱅으로서는 이로 인해 건전성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연계계좌 차주 대출잔액 5조원
업비트 연계계좌를 가지고 있는 케뱅 차주의 대출금 잔액이 약 5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비트 연계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케뱅의 차주의 신용대출 잔액은 4조9487억원이다.
이는 전체 신용대출 금액 8조2140억원중 약 60%를 차지하는 수치다. 반대로 업비트 연계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차주의 경우 신용대출 잔액은 3조2652억원이다.
업비트 연계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차주의 대출 중 연체금액은 전체 805억원 중 약 501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케뱅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케뱅 고객 820만명 중 가상자산 연계계좌를 보유한 고객(500만명) 비중이 약 61%라며 업비트 연계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차주의 신용대출 잔액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케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고객이 업비트에서 원화로 거래하려면 케뱅을 통해서 무조건 입금해야 하는데 케뱅 신용대출을 받아서 무조건 업비트에 투자했다는 건 오류가 있다”며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으셔서 케이뱅크 계좌에 옮길 수도 있고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뱅 대출로 투자했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감이 나온 이유는 대출된 금액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투자자들이 케뱅에서 대출을 받은 금액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단순한 케뱅에게 큰 비중의 신용대출이 가상자산에 투자됐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규 의원실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케뱅의) 업비트와 연계된 계좌의 신용대출이 큰 것을 확인했고 그 돈이 모두 가상자산에 투자됐다고 알 수 없지만 그런 우려가 있다”며 “만약에 케뱅에서 대출을 받아서 빚투를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뱅크와 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과 연관된) 약간의 부실이 드러나더라도 다른 사업 분야가 크다”며 “케뱅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업체와 계약했고 대출 금액의 60% 가까이가 연계 계좌에서 발행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워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거래량 중 3년째 80%를 차지하고 있어 3년째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 1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NH농협은행과, 3% 점유율인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상태다.
케뱅 연체율 높지만...“CSS 고도화 등으로 건전성 적극 개선”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증시 불안과 더불어 큰 침체기를 겪었다. 이에 따라 거래 관련 수익도 줄었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들이 받은 수수료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5대 거래소들이 은행들에게 지급한 수수료 금액은 전년 대비 약 199억원 감소한 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케뱅의 연체율은 은행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돼 가상자산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있는 대출들의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케뱅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85%를 기록했다. 이는 인뱅 3사와 제1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같이 연체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케뱅은 고객 특성과 연체율 간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며 ‘가상자산 연계계좌 보유 고객’과 ‘미보유 고객’의 평균 신용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케뱅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 연계계좌 미보유 고객’의 신용대출 중 연체비율은 0.93%이며 ‘가상자산 연계계좌 보유 고객’의 연체비율은 1.01%이다.
케뱅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악화 및 중저신용대출 비중의 확대 결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신용평가모델(CSS) 고도화 및 여신 관리 강화로 건전성을 적극 개선하고 있다”며 “케뱅의 지난달 말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약 250%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Copyright ⓒ 더리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