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제’ 개편을 위해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해 표본설정과 질문방식 등에 객관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관련 여론조사 시행과 관련해 “특히,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적인지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 나아가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1대1 대면 조사, FGI, 표본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 뿐 아니라 내용도 과정도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국민들께 여론조사 과정과 결과를 소상히 알려드리고 이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당정 협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정책 추진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 속도 역시 국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주69시간 노동시간제’의 근로시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17일 종료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주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화해 현행 주52시간을 69시간으로 늘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2030세대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자 사실상 철회했다.
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6~7월에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이조차도 어려운 여건이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수 있지만 총선 국면 진입으로 윤 대통령의 노동시간 개편은 사실상 벽에 부딪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정부는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관련 발언은 최근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하락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묻어난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가 27%로 떨어진데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민심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조사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어떤 경우에는 참고하고, 또 어떨 경우에는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참고하지 않는 경우는 하루에 나온 여론조사가 오차범위를 넘게 틀리면 어떤 조사를 믿어야 되는지 굉장히 의구심이 가는 경우가 많다. 표본 추출이라든지 질문지 구성이라든지 과학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 의문성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고할 경우도 있고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강조한 ‘고용 세습’과 관련해 “아직도 국내 일부 기업의 단체협약은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이건 매우 잘못된 관행”이라며 “고용세습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한 기득권 세습으로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어 “저는 노동 개혁의 첫째는 노사법치 확립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헌법에 위배되는 기득권 세습을 타파하는데 관계 국무위원들께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이중적인 노동시장 해소’를 내세웠지만 노동시간 유연화는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이중 노동시장’ 문제해결은 ‘대기업 노조 때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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