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다윗 왕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로 알려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2가지의 뜻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어려운 상황을 낙심하지 않고 의연하게 이겨낸다’는 뜻도 있지만 ‘승리를 거둔 기쁨을 교만하지 않고 차분히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2022-20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기적의 주역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는 10년이 넘는 프로 생활 동안 항상 저 글귀를 자신의 마음에 새겨왔다. ‘클러치 박’, ‘코트 위의 포커페이스’와 같은 별명이 붙은 이유도 남다른 마인드컨트롤 덕분이다. 그는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 따라 더 차분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흥분하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해서 철이 들어가는 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힘주었다.
◆ 5번째 우승 반지
박정아는 과거 인터뷰에서 ‘배구선수로서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은퇴하기 전까지 우승 반지 5개를 끼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2022-2023시즌 그 꿈을 이뤘다.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개인 5회 우승(2012-2013, 2014-2015, 2016-2017, 2017-2018, 2022-2023시즌)을 쌓았다.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은 박정아와 임명옥(37), 황연주(37·현대건설)만 보유한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흥국생명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패패승승승을 기록하며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일궈냈다. V리그의 새 역사를 쓰게 됐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박정아도 똑같이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정아는 “기적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모두 확률적으로 봤을 때 우승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걸 뒤엎었다. 우승하고 열흘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4차전을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됐다. 그러나 그때도 우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5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세트 마지막 15점째를 내고 나서 비로소 ‘아 우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박정아의 어머니는 부산에서 김천과 인천을 오가며 원정 응원을 펼쳤다.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보냈다. 박정아는 “가족들은 항상 ‘잘 해라’보다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주신다. ‘꼭 이겨라’ 같은 말은 잘 안 하신다. ‘항상 최선을 다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저랑 다르게 어머니는 활달하시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스타일이다. 부산에서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김천과 인천으로 응원을 와주셨다. 그렇게 와주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 마인드컨트롤
박정아의 MBTI(성격유형검사)는 INTP다. 기존 INFP에서 최근 INTP로 바뀌었다. INTP는 ‘논리적인 사색가’로 불린다. 평소 조용하고 과묵하며 신중한 스타일의 성향을 보인다. 박정아는 “저는 평소에 조용한 스타일이다. 쉴 때도 조용히 쉬는 걸 선호한다. 배구할 때도 차분히 하려고 한다. 쉬는 날에는 건전하게 노는 편이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즐긴다”며 “한국도로공사에 있을 때는 (배)유나(34·한국도로공사) 언니랑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쉬고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쌀국수를 꼭 먹는다.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쌀국수를 먹는 것 같다. 제가 면 요리도 좋아하고 국물 음식도 좋아한다. 거기다 쌀국수는 뭔가 살이 덜 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신중한 성향답게 감정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 그는 “항상 마음속으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기쁜 순간도 있지만 힘든 순간도 많다”며 “기쁠 때는 많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을 다잡는다. 힘들 때는 당연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특히 지고 나면 기분도 안 좋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들은 결국 다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감정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고 마인드컨트롤을 한다”고 밝혔다.
박정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구를 경험했다. 이후 프로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우승의 기쁨도 안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이제는 꿈꿔왔던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 됐다. 박정아에게 배구는 직업 그 이상이다. 박정아는 “배구는 어떨 때 저를 화나게 하기도 하고 기쁘게 하기도 한다.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또다시 하고 싶은 게 배구다”며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애증이 뒤섞여 있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자신의 프로 생활 목표였던 5번의 우승을 조기 달성했다. 우승의 기쁨에 오랜 기간 젖어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박정아는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선다. 17일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을 확정했다.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 3년간 총 23억2500만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박정아는 "어릴 때 장난처럼 ‘프로 무대에서 5번의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걸 진짜로 이루게 됐다. 새로운 목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배구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제안을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페퍼저축은행이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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