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여왕 김연아(33ㆍ은퇴)가 뿌린 씨앗이 속속 싹을 틔우고 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국 피겨 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 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최종 랭킹 포인트 95점으로 미국(120점)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94점을 받은 개최국 일본은 3위로 기록했고, 4위는 이탈리아(83점), 5위는 프랑스(80점), 6위는 캐나다(68점)가 차지했다.
팀 트로피는 2009년 시작된 피겨 단체전으로 한 시즌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6개국이 기량을 겨루는 ISU 공식 대회다. 한국이 팀 트로피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팀은 준우승 상금 17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를 챙겼다.
한국은 14일까지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열린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조혜진-스티븐 애드콕 조(102.27점)가 6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어 열린 이번 대회 마지막 종목,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먼저 출전한 이시형(고려대)이 124.82점(12위)의 낮은 점수를 받아 은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미해졌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은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22ㆍ고려대)이다. 그는 대회 마지막 종목인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95.54점, 예술점수(PCS) 92.88점으로 합계 187.82점을 받아 이탈리아 마테오 리조(187.35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차준환의 1위로 한국은 랭킹포인트 12점을 추가했고, 일본을 단 1점 차로 앞서는 역전극을 썼다.
차준환은 지난달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한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01.33점을 받으며 한국 선수 최초로 100점 고지를 뛰어넘기도 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쇼트프로그램 2위, 프리스케이팅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여자 피겨 에이스 이해인(18ㆍ수리고)의 선전도 돋보였다. 그는 13일 일본 도쿄 체육관에서 열린 팀 트로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클린 연기를 펼치며 12명의 출전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에 빛나는 일본 간판 사카모토 가오리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해인은 14일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로 1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76.90점)과 프리스케이팅(147.32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이해인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한 건 2013년 피겨여왕 김연아 이후 10년 만이다.
차준환과 이해인은 ‘피겨 퀸’ 김연아를 보고 자란 대표적인 ‘연아 키즈’다. 이해인은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뒤 미국 골든스케이트와 인터뷰에서 "연아 언니에게 특별히 감사하다. 언니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연아 언니는 영원한 나의 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피겨는 ‘연아 키즈’들이 쑥쑥 성장한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신지아)과 아이스 댄스(임해나-취안예)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예림(20ㆍ단국대)은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과 왕중왕전인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김연아가 고군분투하며 한국 피겨에 씨앗을 뿌린 지 10여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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