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개인 수상은 꿈꾼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상을 받고 안 받고보다 많은 분에게 인정받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죠."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흥행시키고,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다녀온 이선균에게 '개인 수상'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선균은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편하게 술 마시고, 그런 일상에서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웃었다.
영화 '킬링 로맨스'로 돌아온 배우 이선균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는 이야기다.
이선균은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영화 자체가 워낙 독특한데, 이 독특함의 중심에 이선균이 연기한 '조나단'이 있다. 조나단은 일상에선 보기 힘든 콧수염 스타일에 말끝마다 "잇츠 굿"(It's good')을 외친다. 난데없이 H.O.T의 '행복'을 뮤지컬 무대서 연기하듯 부르기도 한다.
이 비현실적인 인물을 이선균은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 낸다. 가장 인상적이던 '나의 아저씨' 동훈이나 영화 '기생충'의 동익과는 완전 딴판이다.
"오롯이 '캐릭터'를 입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하늬와 공명이 이야기를 잘 끌고 갔고, 저는 그 안에서 조나단이 돼 즐겼죠"
이선균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만화 같은 캐릭터여서 표현할 수 있는 허용 범위가 더 넓고 다양했다. 오히려 현실적인 캐릭터를 구현할 때 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게 맞나?' 할 것 없이 '조나단' 자체가 돼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사실 이날 인터뷰 현장에 자리한 기자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기생충'이란 명작으로 아카데미까지 다녀온 배우가 '병맛' 코미디물을 선택해서다. '킬링 로맨스'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분위기 자체가 너무 다른 영화라는 거다.
이선균은 "사실 미국 가기 전에 대본을 봤다. 이후 아카데미에 다녀와서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출연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닌데, '조나단' 캐릭터를 왜 나한테 주려고 했는지 궁금했다"며 "사실 많이 고민하진 않았다. '기생충'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고민할 건 없었다. 오히려 독특하거나 작은 영화가 들어오면 선택할 생각이었다. 이미 출연을 확정한 이하늬 배우에게 '진짜 할 거냐'고 물어봤다. 사실 이하늬의 출연이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열심히 보고 있었어요. 중간에 이가탄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그 광고를 보고 '나의 아저씨'를 보니까 집중이 안 됐어요. 그때 이선균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해서 캐스팅 한거죠"
'킬링 로맨스'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이 이선균을 '조나단' 역으로 낙점한 이유다. 이 감독 말 대로 이선균은 이전 작품과 극과 극인 모습으로 '조나단'을 소화했다. 과연 어떤 배우가 이렇게 맛깔나게 '조나단'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선균은 "그동안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던 것에 만족한다"라며 "독특하고 엉뚱한 영화여서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캐릭터나 전개 방식을 두고 '이게 뭐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픈 마인드로 보면 분명 '재미'를 느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선균은 "이런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이 배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고 재미라고 생각한다.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게 아니라 주어진 역할에 따라 운용하고 극복해야 하지 않나. 해내면 보람이 있고 성취감이 있다. 또 다른 역할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 도전 의식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선균은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런데도 차마 못 한 장면도 있단다. 이선균은 "원래 대본에 삼각팬티를 입은 채 커다란 카세트를 어깨에 걸치고 청국장 먹으면서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라며 웃었다.
20년 동안 연기하면서 수많은 캐릭터를 만났다.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에서 맡은 박동훈 캐릭터를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저 또한 박동훈을 연기한 것이 황송할 따름이다. 고맙고 좋았던 역할이 많지만 그 좋았던 역할이 가진 이미지를 유지하기보다 조금씩 변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킬링 로맨스'에서 이선균은 '코믹 연기'도 최상급임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SNL 코리아' 출연은 어떨까. 이선균은 "사실 'SNL' 쪽에서 섭외가 계속 왔었다. '킬링 로맨스'에서 먼저 보여줘야 해서 고민했던 부분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또 섭외가 오면 출연할 것이냐"고 묻자 이선균은 "굳이"라며 호탕하게 웃엇다.
이선균은 절친한 장항준 감독(리바운드), 배우 아이유(드림)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됐다. 그는 "너무 친한 지인들 영화다. 경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세 작품이 한국영화가 부활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서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선균은 영화 '사일런스' '행복의 나라' '잠' 등 세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다 봤는데 좋다. 모두 애착 있는 작품이라 개봉 시기가 잘 맞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선균은 드라마, 영화 모두 흥행 타율이 높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뭐"라며 미소 지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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