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이하 쉰들러)가 제기해 9년간 진행된 20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손해배상금 마련에 들어갔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담보로 총 92억3000만원을 추가 대출받았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쉰들러홀딩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를 대표해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 회장 측이 대법원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쉰들러 측도 아직 현대엘리베이터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는 9년 동안 패소를 예상한 현 회장 측에서 손해배상금 마련 계획을 세워 놨으며, 쉰들러 측의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의지 역시 꺾였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쉰들러는 글로벌 승강기 1위 업체인 쉰들러엘리베이터의 모회사로 자체 법인 쉰들러엘리베이터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현 회장 측 지분은 26.5%, 쉰들러홀딩스의 지분은 15.5%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악연은 20년 전 시작됐다.
2003년 KCC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쉰들러와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을 취득한다'는 인수의향서(LOI)를 맺으며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KCC가 지분 5% 이상 취득 시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면서 적대적 M&A는 무산되고 쉰들러와의 LOI도 파기됐다.
문제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인수에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쉰들러는 2006년 적대적 M&A에 실패한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사들이며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에 등극했다.
쉰들러는 국내 승강기 업체인 동양엘리베이터와 LG산전을 인수한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승강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중론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4년이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5개 금융사에 현대상선 우호지분 매입을 대가로 2006~2013년까지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상선 주가가 폭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막대한 손실금을 물게 됐고, 2대 주주인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를 대표해 2014년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현 회장과 경영진이 패소함에 따라 이들은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손해배상금을 물어주어야 하게 됐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지난달 30일 주주대표소송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지난 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배상금 1700억원 및 지연이자 등에 대해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 주(약 863억원)로 대물 변제를 통해 회수하기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이번 결정은 채권 전액을 최단기간 내에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회장이 2019년 2심 선고 후 현대엘리베이터에 1000억원을 선수금으로 지급했고, 법원에 200억원을 공탁한 바 있다"며 "현대엘리베이터는 법원에 공탁된 200억원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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