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너일가의 '상속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G가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라는 복병을 만났다. 실체스터가 ㈜LG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며 3대 주주로 등극해 향후 구광모 LG 회장과 어머니·두 여동생과의 상속 관련 다툼에서 지배구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실체스터는 ㈜LG 주식 789만6천588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5.02%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한다. 실체스터는 2020년 이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LG 주식을 사들였는데, 지난 5일 4만7천 주를 장내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율이 5%를 넘어 보고 의무가 생겼다.
실체스터는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보고했다. 이는 '단순 투자'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실체스터는 경영권에 직접 개입할 목적이 없고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단 밝힌 상태다.
하지만 향후에 경영에 일부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실체스터는 "투자 매니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를 이행하는 취지에서 의결권의 행사 등 주주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배당 증액 요청뿐 아니라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체스터는 KT 지분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사면서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 KT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실체스터는 2020년 지분율을 기존 5.01%에서 5.2%로 늘렸다. 앞서 2000년대 중반 일본 지방은행에 투자했던 실체스터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에 압박을 넣는 등의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재계에선 실체스터의 이번 움직임을 두고 향후 주주권 행사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LG 오너일가의 상속 분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체스터가 3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LG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구광모 회장 및 특수관계인(최대주주)과 국민연금(2대주주) 뿐이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재산 분할을 다시 하자며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구 회장이 LG그룹 전통인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지분 11.28% 중 가장 많은 8.76%를 받았는데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당시 나머지 2.52% 가운데 장녀 구연경 대표가 2.01%, 차녀 연수씨가 0.51%를 상속 받았다.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는 지분을 상속 받지 않았다. 김 여사 등 원고 측은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 모녀 측 주장대로 구본무 전 회장 상속 재산을 법정 비율대로 다시 분할하게 되면 배우자 김영식 여사는 3.75%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는 2.51%씩 상속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LG그룹 지주사인 ㈜LG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지만, 세 모녀의 주장을 반영할 경우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동이 없다고 해도 지분율이 9.7%에 그치게 된다. 동시에 김 여사의 지분율은 기존 4.2%에서 7.95%로 뛴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의 지분율도 각각 3.42%, 2.72%로 높아진다. 세 모녀의 지분율 합(14.09%)이 구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또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LG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41.7%로, 세 모녀 측 지분의 향배에 따라 경영권 분쟁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 여기에 실체스터까지 향후 입김을 행사하게 되면 구 회장의 경영권은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LG 지분을 확보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LG가 상속 분쟁에 휘말린 상황 속에서 실체스터가 지분을 점차 늘려 향후 지배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속 문제와 별개로 실체스터가 나선 것은 구 회장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10여 년 전부터 해외 투기 펀드들이 아시아권 국가로 들어와 경영권을 위협했던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점에서 ㈜LG가 이에 대해 다소 안일하게 대응해 왔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난 것으로도 보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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