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한진리 기자] 건설사들이 겉옷을 바꿔 입고 새 단장에 나서고 있다. 대표 먹거리인 주택사업 침체로 수익성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속 가능한 확장 기반을 구축해 신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이앤씨)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사업을 그대로 영위하면서 사명에서 '건설'을 떼어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신영그룹 건설 계열사인 신영건설은 지난달 30일 사명을 '신영씨앤디'(C&D)로 변경했다. 지난 2015년 7월 이후 8년 만에 사명 변경이다. 씨앤디(C&D)는 시공(Construction)과 부동산 개발(Development)의 합성어로, 선두 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는 디벨로퍼형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담았다.
포스코건설도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E&C)로 사명을 바꿨다. 이를 통해 저탄소철강 분야인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EPC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시장 선점 및 '그린 라이프' 주거모델을 상품화하는 등 친환경·미래성장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다.
이보다 앞서 사명 변경에 나선 건설사도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21년 3월 건설 부문 내에 있던 토목·주택·플랜트 사업을 떼내 'DL이앤씨'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후 신사업으로 친환경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 등을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영씨앤디 로고 (사진=신영씨앤디)
SK건설도 2021년 5월 'SK에코플랜트'(ecoplant)로 옷을 갈아입었다. 사명에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정유·석유화학·LNG 등을 다루는 '플랜트'(Plant)까지 품으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친환경 신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이 밖에 한라그룹 건설 계열사 한라도 HL디앤아이한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사명은 더 높은 삶을 뜻하는 'Higher Life'의 영문 앞 글자와 'Development & Innovation'의 약자인 'D&I'를 추가한 것이다.
사명에 'OO 건설'을 넣은 전통적인 이름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건설사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인식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주택, 토목 등 시공 부문에서 공고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어 주력 사업에 힘이 실리는 강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의 '탈(脫) 주택' 행보에 비춰볼 때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업황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친환경, 신재생 등 신사업 저변 확대라는 숙제를 떠안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확장성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사명 변경이라는 새 옷 갈아입기로 소비자 이미지 재고와 미래 사업 추진 동력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심산이다.
신영씨앤디 관계자는 "이번 사명 변경은 기존 단순 시공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디벨로퍼형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결정"이라며 "사명 변경을 통해 대내외적 이미지 제고, 분위기 쇄신 효과는 물론 건설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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