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테이블코인 ‘트루USD’의 시가총액이 배로 뛰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홍보를 본격화한 지 한 달만의 일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달 트루USD에 대한 현물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없앴다. 그러자 트루USD의 시가총액이 10억달러(약 1조3230억원) 증가한 21억달러로 치솟았다.
트루USD는 현재 바이낸스 이용자가 비트코인과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화나 유로화 같은 명목화폐와 일대일로 고정된 일종의 디지털 화폐다. 일례로 가장 가치 있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실물자산으로 뒷받침되는 만큼 거래자들은 명목화폐로 전환할 필요 없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테더와 USD코인, 바이낸스USD가 3대 스테이블코인이다.
트레이더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가치의 저장고로 사용하거나 다른 디지털 자산 지불에 이용한다.
달러 지폐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을 정부가 발행하는 건 아니다. 가치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스테이블코인은 2020년 6월 110억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13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원활한 거래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대출의 기초자산이자 다른 암호화폐의 시세를 매기는 본위화폐 역할도 담당한다.
수년 동안 바이낸스에서 이뤄진 대다수 가상화폐·파생상품 계약은 테더로 시세가 매겨지고 보장됐다. 이것이 테더가 가장 가치있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바이낸스는 테더와 경쟁하기 위해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바이낸스USD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트루USD, 팍스달러, USD코인 등 예치된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USD로 자동 전환하는 방식으로 기타 경쟁 스테이블코인은 상장 폐지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중순 뉴욕금융감독국(NYDFS)이 바이낸스에 바이낸스USD 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바이낸스USD의 시가총액은 절반 이상 감소한 7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트루USD와 기타 스테이블코인으로 코인을 다양화하려는 바이낸스의 움직임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거대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플랫폼 지배력 때문이다.
최근 바이낸스USD의 발행 금지와 서클인터넷파이낸셜에서 발행하는 USD코인의 1달러 연동이 깨지면서 테더의 선두 자리만 굳건해졌다.
테더의 시가총액은 최근 800억달러를 돌파했다.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의 클래라 메달리 리서치 총괄에 따르면 중앙집중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전체 거래의 80%가 테더를 통해 이뤄진다.
메달리 총괄은 "어떤 시장도 스테이블코인 하나만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며 "그것이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실패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낸스는 10억달러 규모의 긴급 보험 펀드로 보호받고 있는 바이낸스USD를 트루USD와 테더로 대체했다.
최근에는 트루USD가 보장하는 6개 암호화폐를 추가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트루US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 트러스트토큰의 공동 설립자인 라파엘 코스만과 대니 안이 2018년 3월 출범시켰다.
트러스트토큰은 이후 아치블록으로 이름을 바꿨다. 아치블록은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점프트레이딩·앤드리스호로위츠와 스탠퍼드대학의 창업 프로그램 ‘스타트엑스(StartX)’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았다.
트루USD의 지식재산권은 투자 대기업 테크테릭스가 갖고 있다.
한편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달 하순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최고경영자(CEO)를 고소했다.
바이낸스가 자국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불법 금융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규칙까지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의적인 방식으로 연방 규정을 위반했다. 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방지 규정 등 8개 핵심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감독 부의장은 지난달 9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테이블코인을 아무 규제 없이 광범위하게 수용할 경우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의회에 암호화폐 규제 입법을 요구했다.
바 부의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적절히 규제되지 않으면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중앙은행의 신뢰를 빌린 사적 화폐 형태"라고 못 박았다.
바 부의장은 따라서 많은 고객이 공황에 휩싸여 예금을 대규모로 동시 인출하는 ‘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을 ‘매우 폭발적’이고 ‘잠재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가상화폐라고 지목했다.
올해 초 연준은 통화감독청(OCC)·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은행들에 가상화폐와 관련된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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