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고금리 기조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기업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개 중 4개 가까운 기업이 적자 상태이며, 4개 중 1개 기업은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기업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금리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6.3%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였으며,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도 11.0%로 35%가 넘었다.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에 불과했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되었다’고 답했다.
고금리 부담에 기업들의 70% 이상은 비상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긴축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의 순이었다.
수익을 내기는커녕 영업활동으로 기존 부채의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4개 중 1개 이상의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이자 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KIS 밸류서치(ValueSearch) 자료를 활용,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제조업 조사 대상 1천542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18개(27.1%)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1년 말 263개(17.1%)와 비교하면 155개, 10% 급증한 것이다.
서비스업은 더 심각했다. 조사 대상 814곳 중 252곳(31.4%)이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10대 그룹 상장사들도 늘어난 부채 부담으로 재무 건정성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10대그룹(농협 제외) 상장사 106곳이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올린 2022년도 사업보고서상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부채비율이 1년 전보다 높아진 곳은 56곳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들 10대그룹 계열 상장사 중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은 21곳으로 집계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와 금리 등 거시경제를 고려할 때 대다수 분야 기업이 영업 부진으로 현금이 줄어 경영 상태나 재무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급격하게 부채비율이 높아진 기업에 대해선 재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기조의 전환’(58.7%)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으로 조사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금리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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