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장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015760)은 올해도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 정부가 한전 적자 개선의 필수 요건으로 여겨졌던 요금인상안 마저 보류하자 자금조달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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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한전채 발행 8조원대...크레딧 시장 불안감↑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한전채 규모는 총 3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년(10조4300억원) 대비 3배 넘게 폭증한 셈이다. 올해도 한전은 적지 않은 물량을 쏟아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기준 8조원이 넘는 한전채가 발행돼 시장 유동성을 쓸어갔다.
한전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한전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 및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위축된다. 이미 크레딧 시장에는 불안 징후가 높아지는 추세다. 회사채 투심 가늠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만 해도 60bp(1bp=0.01포인트)대를 기록했으나 이날 기준 80.1bp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량 부담이 더 높아지면서 동일등급 공사채와의 차이마저 20bp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시장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최근 미매각이 슬금슬금 늘고 있는 데에는 대규모로 쏟아지는 한전채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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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인상 외에 뚜렷한 대안 없어” 시장 전문가 한 목소리
한전 자금조달은 사실상 멈출 수가 없는 상태다.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을 막은 상황에서 한전이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을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52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개년도 단순 누적적자 38조5000억원에 올해 적자 예상치를 더한 액수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도 “오는 2026년까지 52조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비용절감 외에 요금인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 지분이 51.1%, 나머지는 개인 등에 흩어져 있어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나 자구 및 자산 재평가, LNG 가격 하락으로 2분기부터 시차를 둔 적자 감소 효과 등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규모 발행이 지속되면 약세가 이어질 수 있고, 수요 구축으로 크레딧 시장 약세와 기업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마냥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적절한 요금인상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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