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사 간 첨예한 대립도 예측된다.
5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법상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넘겨야 한다.
이에 따라 최임위는 이달 내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 있어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것은 사상 첫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1만원까지는 380원이 남았으며 인상률로는 3.95%다.
적용연도 기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 2019년 8350원(10.9%)→2020년 8590원(2.9%)→2021년 8720원(1.5%)→2022년 9160원(5.1%)→2023년 9620원(5.0%) 순이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또한 이번 심의의 쟁점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 지난해 회의 당시 해당 문제가 거론됐지만 부결됐다. 다만 현재 정부가 차등적용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맡기며 심의 준비하고 있어, 다시 한번 논의될 가능성이 점화됐다.
노동계 “물가상승률 반영해야”
노동계는 2년 연속 상승한 물가와 경제 성장, 고용 증가율과 발맞춰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급 1만2000원, 월급 250만8천원(209시간 기준)을 요구했다.
노동계가 내민 최저임금은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 월급 201만580원보다 24.7% 높다.
해당 요구안에 대한 근거로 노동계는 △물가 폭등 시기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 반영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 저하 △해외 주요국의 적극적인 임금인상 정책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 등을 제시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2022년 공식 물가상승률은 5.1%이지만,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5%다”며 “가스, 전기, 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이 경험하는 체감 물가 인상은 물가 폭탄이 돼 노동자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물가 폭등은 저임금 저소득층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 이후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196만 원으로 억대 연봉대로 진입했는데, 이는 올해 최저임금 연봉의 4배가 훨씬 넘는다”고 짚었다.
또한 양대 노총은 최임위 공익위원이 내놓은 안이 2년 연속 최저임금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계산식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이 무시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준이 올해에도 여과 없이 적용된다면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본 취지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영계 “최저임금 수준 매우 높아…안정 필요”
아직 경영계는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내밀지 않았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지난 2일 지난해 최저임금마저도 못 받았던 근로자가 12.7%로 집계됐다는 자료를 발표하며 내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가 275만6000명으로 파악됐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 2019년 16.5%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12%대다”며 “이 같은 수치는 우리 최저임금제도와 시장 현실 사이에 여전히 크나큰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결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이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그간 최저임금 고율 인상 누적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져 노동시장 수용성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5년(2018~2022년)간 우리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41.6%로, 우리나라와 산업경쟁 관계에 있는 G7 국가보다 1.3~5.6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 최저임금제도가 존재하는 30개국 중 8번째로 높은 수치다. G7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최근 우리 최저임금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게 인상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커졌지만, 일부 업종에서 30%가 넘는 미만율을 보이는 등 노동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며,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최저임금 구분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쟁점 ‘업종별 차등적용’
올해 최임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했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다룰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 가정경제가 중병을 앓게 될 것”이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영계는 지난해 열린 최임위 회의에서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다만 최임위는 올해 열릴 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 보자는 경영계 측 요청을 일부분 수용했다.
이에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5월 노동부 측에 업종별 차등적용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 연구를 올해 심의 개시 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노동부는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해 미숙련·저연령 등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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