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에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제2의 한진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준기 DB그룹 창업 회장,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과 장녀 김주원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에 KCGI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DB하이텍 지분을 지난달 30일 7.05% 매입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과정을 문제 삼고 있으며 자사주 소각, 독립적 이사회 등을 요구했다. KCGI가 매입한 지분이 적지 않아 DB하이텍의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KCGI의 지분 매입 후인 지난 4일 DB하이텍 주가는 장중 8만3천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DB그룹은 그동안 지주사 전환 가능성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소액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등을 통해 DB하이텍 주가를 눌러왔다고 주장해 왔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7천억원을 돌파했지만 시장에선 저평가돼왔고, 최대주주인 DB의 지분율이 12.42%에 그쳐 지배구조도 취약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김남호 회장이 김준기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남호 회장은 DB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김준기 회장(15.91%)과 누나인 김주원(9.87%) 부회장이 연합하면 김남호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의 경우 김준기 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은 각각 지분 3.61%, 0.39%를 가지고 있지만 김남호 회장은 없다.
KCGI가 DB 오너가나 다른 제3자 투자자와 어떻게 연합하느냐에 따라 DB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KCGI는 지난해 3월 호반건설에 5천6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주식을 팔 때까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년6개월간 경영권 싸움을 벌였다. DB그룹에도 이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KCGI 관계자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 대주주, 일반주주 어느 누구와도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협조할 예정"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결정들이 있다면 경영진과 협의를 통해 고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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