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이렇게 흥행할지 몰랐을 겁니다. 보통 변수는 안 좋은 데서 발생하는데, 저는 진짜 신이 점지한 놈일까요?"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새 영화 '리바운드'를 내놓게 된 장항준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장 감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등장하고 나서 매일 통합전산망을 들여다보며 스코어를 체크했다"라며 "어느 순간 30대 여성도 보고, N차 관람까지 하면서 폭발적인 관객 증가세를 보이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슬램덩크'로 농구붐이 일어날 거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리바운드' 개봉은 '슬램덩크'가 흥행하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게 뭐지?' 싶더라. '장항준은 될 놈인가?' '장항준은 신이 점지한 놈인가'라는 댓글을 보고 '진짜 그런가?'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5일 개봉한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 영화다.
'범죄도시' 제작자이자 장 감독 절친인 장원석 대표가 부산 중앙고가 일군 기적 같은 이야기에 매료돼 10여 년 동안 영화화를 준비했다. 장 감독이 5년 전 연출을 결심했고, 아내이자 히트 메이커인 김은희 작가, '공작' '수리남' 등을 통해 필력을 입증한 권성휘 작가와 합심해 작품을 만들었다.
장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고,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실제 부산 중앙고 농구부 이야기는 시나리오보다 더 드라마틱 했더라. '아 이걸 해 봐야겠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 감독은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보더니 '오빠 내가 고쳐보면 안 될까'라고 말하더라. '웬 떡이냐'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장 감독은 "이후 김 작가랑 취재를 시작했다. 강양현 코치도 직접 만나고,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했다. 무엇보다 픽션을 지양하고 실제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다. 드라마틱 했던 실제 상황을 담백하게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고, 마음 맞는 스태프까지 다 모았지만 영화가 엎어졌다. '투자' 문제였다. 농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장 감독은 스태프를 해산시켰고, 다른 작품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넥슨에서 손을 내밀었다. 넥슨은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장 감독은 마치 리바운드해서 다시 슛을 던질 기회를 잡듯,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은 '리얼리티'를 최우선으로 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강양현 코치부터 선수들,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 장 감독은 강양현 코치를 두고 가장 먼저 안재홍을 떠올렸다. 그는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있는 안재홍 배우를 좋아했다.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는데, 강 코치와 찰떡이었다"라고 말했다. 안재홍은 이런 장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시나리오에 매료된 안재홍은 3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고, 1주일 만에 10kg을 증량해 순식간에 '강양현' 그 자체가 됐다.
선수들을 선택하는 기준도 특별했다. 장 감독은 "대한민국에 있는 젊은 배우들을 다 만났던 것 같다. 지향점은 '유명해선 안 된다' 였다.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타가 보이지, 중앙고 선수로 보이겠는가"라며 "연출자에겐 모험이었다. 결국 진정성을 담으려면 배우의 얼굴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당시 선수들이 입은 옷, 신발 모두 똑같이 구현하려고 애썼다. 또한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실제 부산 중앙고 농구부 체육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바닥, 창틀까지 모두 예전처럼 바꿨다. 장 감독은 "관객들이 거기까지 신경 안 쓸지 모르지만, 제겐 중요했다"라며 웃었다.
뿐만 아니라 '리바운드'는 '슬램덩크'와 같은 만화처럼 기범(이신영)과 규혁(정진운)이 앙숙이자 라이벌 관계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모든 이야기가 진짜다. 극적인 상황을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도 힘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또한 장 감독은 '농구'를 소재로 한 만큼 관객들에게 박진감을 선사하기 위해 대부분 경기 장면을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장 감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나 쓸 법한 고속촬영 기법을 사용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안 쓴다"라고 자부했다.
"피가 끓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운이 좋으면 맞아 떨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개척하는 거죠."
당시 '투자' 받기도 힘들던 '농구' 소재 영화에 과감히 도전한 장 감독이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는 "원래 유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 유행을 좇지 않는다기보다 쫓을 수도 없다. 보통 3~4년 뒤에 개봉하는데, 아무리 유행을 좇아도 나중엔 낡은 영화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 감독은 "'싸인' 할 때도 그때까지 장르물이 없었다. 운이 좋게도 다른 작품이 펑크 나면서 준비하던 '싸인'이 편성된 거였다. '싸인' 이후에 장르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라며 "청개구리 성향이 있다. 대중이 원하는 걸 하려는 것보다 제가 좋아하는 걸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리바운드'의 경우도 '요즘 단짠이 많은데 담백한 요리 한 번 드셔 보시길'이라는 마음이다. 제 취향을 대중에게 선보여서 공감을 얻고 싶다"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김은희 작가가 영화를 보고 '오빠 대표작이 될 거야'라고 얘기해주더라. 기분이 좋았다"라며 "코로나 이후에 삶이 각박해지고 모두가 힘든 세상이 됐다. 함께 응원하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모든 분이 좌절하지 말고 리바운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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