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주범 이모씨가 피해 여성 A씨 관련 가상 화폐(코인) 회사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4월 3일 조사됐습니다.
이씨와 A씨는 P코인 투자로 인연을 맺었는데, 이 코인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씨 등 기존 피의자 3명은 이날 구속됐고, 경찰은 이들 외에 추가 공범 1명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납치·살인 행동책으로 섭외됐던 이 추가 공범은 “A씨의 코인을 빼앗아 자동차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울러 A씨와 동업한 것으로 알려진 부부가 배후 역할로 이번 사건과 연루됐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들 일당은 A씨가 수십억원 상당의 코인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됬으나, A씨의 코인지갑에는 당일 기준 700만원 수준의 ‘퓨리에버’ 코인만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를 직접 납치한 황씨는 경찰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듣고 “허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범 이씨 '혐의 전면 부인'
경찰과 이씨 변호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21년 A씨가 일했던 코인 회사에서 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구입했다가 8000만원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A씨가 손해를 봤던 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청정 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 회사가 내놓은 P코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12월 1만원을 넘어섰던 P코인은 폭락을 거듭하며 6개월 만에 17원대로 떨어졌고, 당시 폭락 국면에서 이씨는 물론 A씨도 큰 손해를 봤다고 주변인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씨와 A씨의 관계가 바로 틀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이씨는 그해 A씨가 차린 암호 화폐 채굴 회사에서 3개월간 업무를 도우며 2000만원 상당의 돈도 받았습니다.
이씨와 A씨는 코인 관련 사건에 공동 피의자로 연루된 적도 있었으며 이씨 변호인에 따르면, 둘은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인 투자자를 찾아가 “코인 시세를 조종했다”며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전자지갑에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앗았다고 전했습니다. 폭력배와 투자자 등 총 18명이 가담해 이 사건으로 이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왜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현재 이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씨 변호인은 “이씨는 범행 도구를 제공한 적도 없고,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적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이씨가 피해 여성에게 악감정을 느끼고 살인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에 알려진 이씨 등 피의자 3명 외에도 20대 B씨(무직)를 살인 예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알렸습니다. 범인들로부터 A씨 납치·살해 제의를 받은 B씨는 지난 1월 미행 단계에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습니다. B씨는 범행 보름쯤 전인 지난달 중순 “미행과 감시가 힘들다”며 범행에서 손을 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추가 확인된 B씨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살해 주도자 이씨 " (피해 여성) 돈 없는 거 같다, 묻어라"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납치 차량이 대청댐에 도착한 새벽 3시 무렵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피의자들은 인적이 드문 대청댐 인근에서 피해자를 결박한 채 코인 등 금품을 내놓으라고 30분 이상 협박하다 피해자가 숨지자 시신을 매장한 채 도주했다고 조사결과 밝혀졌습니다.
타 언론매체에 의하면 납치를 실행한 피의자 황모씨와 연모씨는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 서울 강남에서 피의자를 납치한 뒤 경기도 용인시로 이동해 공범인 이모씨를 만났습니다. 이후 이들은 3월 30일 오전 3시쯤 대전 대청댐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황씨 등은 인근에 차를 세워둔 채 약 30분 이상 코인이나 현금 등이 있는 계좌 정보를 알려달라고 피해자를 협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수차례 사용하는 등 살해 위협을 했고, 결국 피해자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에 당황한 황씨와 연씨는 대포폰을 사용해 범행을 계획한 이모씨와 통화를 하며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이씨는 “(피해자가 먼저 알려준 계좌에는) 돈이 없는 것 같다. 그대로 묻어버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범행 전 피의자들이 2~3개월간 피해자를 미행하며 주거지 인근에서의 납치 뿐 아니라, 플랜B나 플랜C 등 여러 범행 시나리오를 논의해 온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피해자의 별장까지 미행했던 이들이 “별장 인근은 인적이 드무니 흉기를 준비해 별장에 갔을 때 납치해서 돈을 빼앗자”거나 “피해자 부부가 함께 있을 때는 납치하기 어려우니 고의로 교통사고를 크게 낸 뒤 납치하자”는 등의 범행 계획도 고려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계획들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정한 이씨가 대부분 주도해서 제안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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