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네이버, 日 강제에 라인야후 철수 수순, 해외 시장·마케팅 한꺼번에 상실한다

[이슈] 네이버, 日 강제에 라인야후 철수 수순, 해외 시장·마케팅 한꺼번에 상실한다

폴리뉴스 2024-05-10 20:59:21 신고

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앞으로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소프트뱅크의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결산설명회에서
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앞으로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소프트뱅크의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와 업무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전날 발표했다"며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너무 늦은 것 같다. 한국 정부는 해외 사업 투자와 관련해 불합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일본 철수는 확정된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자본 관계 재설정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차관은 "정부는 그동안 네이버 입장을 존중하며 네이버가 중장기적 비즈니스 전략에 입각해 의사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네이버의 입장 정리와 네이버 이익이 극대화될 방향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우리 기업이 완전히 부당한 차별 내지 압박을 받았다고 판단했다면 정부의 현재까지 대응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라인야후와 결별할 경우 동남아 시장 한꺼번에 상실

이미 네이버는 마음을 접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라인야후 경영권이 이미 2019년부터 소프트뱅크 지배하에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데 현실적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1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며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향후 구체적인 내용으로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했지만 네이버의 입장 발표는 사실상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라인야후에 64.4%를 출자하는 중간 지주호사인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절반씩 출자하고 있는데 네이버가 이 출자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라인야후는 손정의(손 마사요시)의 소프트뱅크가 지배하게 된다.

문제는 네이버의 이번 방침이 100% 자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용자 정보가 유출된 것을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한 것을 시작으로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자율 경영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타의로 라인야후에서 네이버가 철수하면 잃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일단 라인 메신저 자체를 잃게 된다. 라인 메신저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였던 NHN 재팬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것으로 2011년 출시됐다. 개발 인력은 NHN 재팬 내에 있는 일본인 기술자가 대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한국 기업의 일본 자회사 제품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 시장 자체를 한꺼번에 상실하게 된다. 현재 라인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과 대만, 태국 등이며 인도네시아 점유율도 높다. 현재 라인의 이용자 숫자는 일본 외에도 동남아시아까지 포함해 2억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라인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라인페이, 라인모바일, 라인택시, 라인TV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만큼 네이버의 해외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또 라인은 메신저 뿐 아니라 캐릭터 사업, AI 사업, 메타버스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AI 사진 보정 앱인 '스노우'도 라인과 연결되어 있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여러 사업의 교두보를 한꺼번에 상실하게 된다. 한국의 '라인 프렌즈' 캐릭터 사업 역시 접을 수 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를 놓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현안 브리핑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를 놓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현안 브리핑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까스로 한일관계 회복했는데…'제2의 노 재팬' 우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뢰가 회복됐다고 여겨지는 한일 관계가 민간 차원에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일본 정부와 신뢰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시다 총리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반일 감정이 더욱 끓어오를 위험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본의 수출 금지 정책에 반발해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났듯 이번 이슈는 일본 정부의 한국 기업 강탈이라는 프레임이 걸려 있어 더 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강탈 또는 탈취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라인은 글로벌 경제 플랫폼이며 라인을 뺏기는 것은 경제 영토를 뺏니는 것"이라고 정부에 상응 조치를 촉구했고 구글코리아 출신의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인도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에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 넘어가게 생겼다"고 일갈했다.

여기에 라인 매각을 압박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반일 감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쓰모토 총무상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할머니가 이토 히로부미의 손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 이번 일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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