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고 수많은 밤들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걸 본 뒤에야 그들의 정체가 밤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여름엔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을 만질 수 있었고, 매일 아침 동틀 무렵엔 새들이 나무에서 노래 경연도 벌였다.
그렇게 변덕스럽게 모습을 바꾸던 밤나무는 지금은 나뭇잎도, 새도, 밤도 없이 고요하고 외롭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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