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검찰이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닉 코인(Sonic S)의 전신 ‘팬텀(Fantom)’ 재단을 둘러싼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이지만 핵심 피의자들이 해외에 머물며 조사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수사는 지난해 9월 고소장 접수 후 1년 가까이 진행됐으나, 주요 관계자 조사에 속도가 붙지 못하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고소인인 A사 안병익 대표를 두 차례, 팬텀 재단 측 참고인 한명을 세 차례 조사했다. 그러나 재단 대표 R씨와 CEO M씨가 호주 등 해외에 체류 중으로 소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검찰 조사 회피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은 최근 국내 행사에도 잇따라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드테크 기업 A사를 운영하던 안 대표는 자사 결제수단용 암호화폐를 해외에서 발행하기 위해 호주의 DCH·바하마의 TCM 등 해외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자문팀은 케이맨제도에 팬텀 재단을 설립하면서 TCM 이사인 R씨를 재단 설립자로 등재하고 운영권을 넘겼다. 반면 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안 대표를 ‘Founder(설립자)’로 소개했다.
안 대표는 고소장에서 “자문팀이 재단을 탈취하고 ICO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 운영에서 배제된 뒤 항의하자 이사회에서 축출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팬텀 재단 측은 “법인 설립 관련 내용을 모두 전달했고 안 대표의 서명을 받아 이사로 등재한 것”이라며 “10시간 이상 비행기 이동까지 감수하며 조사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 역시 “다른 사람을 설립자로 등록하는 데 서명할 이유가 없다”며 “ICO 당시 투자자를 기망한 위법행위”라고 맞섰다. 그는 “비박스·바이낸스 등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도 나를 ‘파운더’로 속여 상장시킨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미 한 차례 법정 공방을 치렀다. 안 대표는 2019년 용역비 청구소송에서 “초기 발행 코인의 10%를 받기로 했지만 1억1906만2500개만 지급받았다”며 나머지 지급을 요구했다. 1심은 안 대표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에서는 “백서·기술 알고리즘 설계 등 핵심 용역을 완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단 측 승소로 결론이 뒤집혔다. 다만 이번 판결은 설립자 지위나 지분 약정의 존재 여부와는 별개 사안이었다.
팬텀 코인은 이후 외부 투자로 소닉 재단이 설립되며 ‘소닉 코인’으로 리브랜딩됐다. 팬텀 코인과 소닉 코인은 1대1 교환됐으며, 이달 3일 기준 소닉 코인 총발행량은 32억2262만5000개, 시가총액은 4313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해외 암호화폐 발행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한다. 윤석빈 서강대 AI·SW대학원 특임교수는 “국내 피해자 관련 해외 암호화폐 사건에 대한 조사·수사가 소극적이었다”며 “국제 공조를 통한 적극적 조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ICO 금지로 인해 해외 발행을 추진하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ICO 허용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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