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세지면 제주 연안 파도 사이로 드러나는 바다빛은 늘 비슷하지만, 때때로 예상 못 한 발견이 이어지며 생태계의 민낯이 드러난다. 연안 감시선이 지나가고 어선 왕래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표류 개체가 눈에 띄기도 한다.

해안가를 거닐다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리에서 조용히 떠밀려 온 해양 동물 사체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계절 변화가 바다 생명에게 남긴 흔적을 실감하게 한다. 이번에는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인근에서 남방큰돌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남방큰돌고래는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연안에 분포하는 돌고래류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해역에서만 발견된다. 길이는 약 2.6m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최대 230kg 정도다. 체형은 비교적 가늘고 길며, 등 쪽은 짙은 회색을 띠고 복부는 밝은 회색 또는 거의 흰빛이 나타난다. 개체에 따라 배 아래쪽에 희미한 회색 반점이 찍히기도 한다. 큰돌고래속에서 분류되지만, 같은 속에 포함되는 커먼큰돌고래와 비교하면 전체 체형이 작고 주둥이가 더 길고 가늘다.

입 주변 이빨은 위턱과 아래턱 각각 23~29개가 나열돼 가늘고 촘촘하다. 해저 바닥이나 해안 암초 주변을 오가며 어류와 두족류를 먹이로 삼는다. 오징어류를 포획하는 장면도 자주 관찰된다. 무리는 5~15마리 규모가 일반적이며, 먹이 자원이 풍부한 구간에서는 수백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보고되기도 한다.

번식은 봄과 여름에 이뤄지며 임신 기간은 약 12개월이다. 새끼는 길이 0.84~1.5m, 무게 9~21kg으로 태어나며 젖을 떼기까지는 1.5~2년 정도 걸린다. 자연 상태에서는 4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생활 방식 때문에 개체 간 사회성이 강하게 유지되고 이동 경로가 일정한 양상을 보인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다. 개체군 밀도가 낮아 구조 변화가 생기면 쉽게 불안정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동권이 해안 가까이에 형성돼 사람이 만든 구조물과 항로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정착력이 높은 편이라 지역 환경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번식 속도 역시 빠르지 않아 새끼 양육 기간의 부담이 크다. 개체 감소가 발생하면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해양생물 보호법에 따라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연안에 정착한 소규모 개체군이기 때문에 서식 환경 변화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생존 기반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호 조사는 서식 구간 이동 패턴과 개체 연령 구조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발견 신고 체계도 강화돼 있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는 길이 약 255cm, 둘레 136cm 정도로 추정되는 개체가 부패된 채 발견됐다. 사후 30일 이상 지난 상태로 확인돼 정확한 무게 측정은 불가능했다. 조사 과정에서 외부 상처는 확인되지 않았고 불법 포획 흔적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장 조치가 끝난 뒤 사체는 제주시로 인계됐으며, 보호종 돌고래가 해안으로 밀려왔을 때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이유가 다시 한번 강조됐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 생태계를 구성하는 상위 단계 해양동물이다. 이들의 이동, 먹이 섭취, 무리 구성은 주변 해역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개체군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사체 발견이 이어질 경우 장기 관찰 자료가 필요해지고, 서식 구간의 변화도 함께 파악해야 한다. 제주 해역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될 때마다 조사팀이 즉각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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