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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한달 보강수사에도 박성재 2차 영장 기각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이후 한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벌였다. ‘위법성 인식’ 입증에 주력했다.
특히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 파일을 복원해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다음 날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받았다. 이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및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법무부 검찰과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이를 범죄 사실에 추가했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해당 문건이 계엄 이후 국회 출석 등에 대비해 답변에 참고하기 위해 준비한 자료라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국회 출석을 대비한 자료라는 박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2시 52분까지 약 4시간 40분간 이어졌다. 특검팀은 A4용지 235쪽 분량의 의견서와 파워포인트 163장을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란 선동 혐의’ 황교안도 구속 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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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4시부터 8시 30분까지 4시간 30분간 황 전 총리의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이날 새벽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선동 및 공무집행 방해, 내란특검법위반(수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황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지난해 12월 3일 페이스북에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내란 선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황 전 총리는 해당 게시물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나라의 혼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며 정치인 체포에 동조하는 취지의 글도 게시했다.
특검팀은 정통 공안검사 출신이자 법무부 장관·여당 대표·국무총리를 역임한 황 전 총리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내란 선동의 고의를 갖고 이같은 글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황 전 총리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가 문을 걸어 잠그고 거부하면서 영장 집행을 하지 못했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서면을 통해 세 차례 조사 출석을 요구했다. 황 전 총리는 모두 불응했다.
이에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자택에서 황 전 총리를 체포했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가 영장에 의한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해 수사에 지장을 줬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 및 수사 방해 혐의도 포함했다.
황 전 총리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의 실명을 밝히며 “불법 영장”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영장을 직접 보지 못한 황 전 총리가 불특정한 경로로 판사의 실명을 알아내 공개·비난한 것은 사법 질서 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220쪽 분량 의견서와 45장 분량 파워포인트를 준비해 황 전 총리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심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법적인 판단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윤 전 대통령과 연락하는 관계도 아닌데 내란 선동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특검 수사 마무리 국면
박 전 장관과 황 전 총리에 대한 신병확보 시도가 모두 불발되면서 특검팀은 두 사람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내란 수사와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은 한 차례,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됐다.
이제 남은 주요 피의자는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특검팀은 추 의원에 대해 지난 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돼 전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오는 27일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한 민주당이 추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고 있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의 입증을 까다롭게 본 만큼 같은 혐의를 받는 추 의원에 대한 영장 발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은 다음 달 14일까지로 한 달 남짓 남았다. 특검팀은 추 의원의 영장 심사 결과를 끝으로 사실상 내란 의혹 수사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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