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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장판사는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달간 보강수사도 소용없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이후 한 달 가까이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위법성 인식’ 입증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 파일을 복원해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다음 날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받은 뒤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및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법무부 검찰과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이를 범죄 사실에 추가했다.
◇법원, 박 전 장관 측 주장 받아들여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해당 문건이 계엄 이후 국회 출석 등에 대비해 답변에 참고하기 위해 준비한 자료라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해당 문건이 계엄 정당화 문건이라는 특검팀 주장보다 국회 출석을 대비한 자료라는 박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2시 52분까지 약 4시간 40분간 이어졌다.
특검팀은 A4용지 235쪽 분량의 의견서와 파워포인트 163장을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약 10분간의 최후진술을 통해 “계엄을 막으려 했는데 막지 못했다. 피해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반대는 안 했는지” 등을 직접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갑자기 불러서 깜짝 놀랐다.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인이 모르는 또 다른 정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불구속 기소 수순…수사 마무리 단계
박 전 장관에 대한 신병확보 시도가 두 차례나 불발되면서 추가 조사나 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내란 수사와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은 한 차례,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됐다.
이제 남은 주요 피의자는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특검팀은 추 의원에 대해 지난 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돼 13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오는 27일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한 민주당이 추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고 있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의 입증을 까다롭게 본 만큼 같은 혐의를 받는 추 의원에 대한 영장 발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 수사 기한은 다음 달 14일까지로 한 달 남짓 남았다. 특검팀은 추 의원의 영장 심사 결과를 끝으로 사실상 내란 의혹 수사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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