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AI시대 K-콘텐츠 경제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방송, 유통, K-POP, 굿즈 등 산업부문별 대표자들이 참석해 현재 직면한 K-콘텐츠산업의 현안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MBC와 민주당 김교흥, 민병덕, 임오경 의원이 주최했으며, 발표자로 최형문 MBC BIZ 혁신국장, 이해붕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장,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 양우석 영화감독, 최임자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전략기획팀장, 윤민섭 빗썸 연구위원, 제임스 정 블록미디어 이사 등이 연단에 섰다.
◆ MBC, 방송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
첫번째 연사로 나선 최형문 MBC BIZ 혁신국장은 방송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환율 변동 리스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내수 중심이었던 방송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OTT, 유튜브, K팝 공연 등 해외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달러화 기반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차이, 송금 지연, 수수료 등 다양한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MBC가 추진 중인 해외 K 콘텐츠 테마파크인 ‘스튜디오 K’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통화와 달러, 원화 간 환율 변동으로 인해 실제 수익과 장부상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콘텐츠 수출, 해외 제작, 글로벌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되고 있으나, 방송사들은 환 리스크를 관리할 전문 조직이나 금융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 국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송금 기간 단축,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자동 정산 등 사업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NFT 티켓 등과 연계해 암표 방지, 실시간 환불, 투명한 수익 분배 등 다양한 혁신적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국장은 “방송 콘텐츠 산업의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핵심 전략”이라며, "국회와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구체적 접근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뮤직카우, 음악 저작권 시장의 '숨은 가치' 22조원
이날 세미나에는 뮤직카우 정현경 의장이 참석해 국내 음악 저작권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피력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증권화하고 거래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 의장은 음악 저작권을 유동화하는 것이 단순히 금융 혁신을 넘어 문화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음악 저작권을 활용한 증권 사업은 금융 규제의 틀에 묶여 있다. 이 사업은 문화적 속성과 금융의 속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특징을 지녔다. 정 의장은 "저작권법과 자본시장법의 법적 정합성이 부족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K팝 음악 저작권 시장은 최대 22조원 규모의 숨은 시장이 존재하며, K팝 저작권은 외국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쪼개서 팬들이 직접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팬들이 단순 소비자를 넘어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팬덤의 금융화’를 실현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을 유동화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목표로 하는 'K 컬처 300조 시장 달성'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팬덤을 국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앵커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정 의장의 생각이다.
뮤직카우는 음악 IP의 가치 평가 모델을 개발해 금융 인프라를 공급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2000억원 규모의 IP를 매입하며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현재 국내 음악 저작권은 금융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아티스트들이 은행 대출 등 목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 의장은 "저작권법과 자본시장법의 정비, 그리고 음악 저작권 증권의 문화 자산적 속성 반영이 선결 조건"이라며, "음악 저작권의 유동화가 K 컬처 300조원 달성과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킬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양우석 영화감독,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위기... WEB3와 토크노믹스 전략 필요”
이날 양우석 영화감독은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이 단순한 불황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양 감독은 웹 3.0 시대의 도래와 함께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가 급변하고 있으며, 특히 광고 기반 수익이 붕괴되고 글로벌 플랫폼(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광고 콘텐츠 수익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게임, K-팝, 웹툰 등은 웹 3.0 결제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나,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산업은 아직 웹3와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방송사와 OTT(티빙, 웨이브 등)는 적자가 누적되고,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 사례를 들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국내로 환원되지 못하고 대부분 해외 플랫폼에 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콘텐츠 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수익 구조와 시장 지배력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양 감독은 웹 3.0 시대에 맞는 ‘메타 플랫폼 전략’과 ‘토크노믹스(콘텐츠 IP 기반의 토큰 경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엠파이어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체제 속에서 한국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콘텐츠 IP의 금융화, 글로벌 팬덤과 투자자 커뮤니티의 통합 등 새로운 자금 조달 및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는 브릿지 메이커(Bridge Maker)”라며, "한국이 섬처럼 고립되기보다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데이터 수출과 토크노믹스 연결을 통해 영상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MU:DS) 브랜드로 한국 문화유산의 글로벌 가치 확장
이날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최임자 전략기획팀장은 박물관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뮷즈'(MU:DS)의 성장과 해외 진출 성과를 소개했다. 최 팀장은 '뮷즈'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나에게 온 보물’이라는 슬로건 아래 유물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세련된 상품으로 재탄생시켜 박물관 상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뮷즈'는 2030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패션, 인테리어, 생활 소품 등 다양한 실용적 상품을 개발했으며 자체 개발, 외부 공모, 우수 업체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여 왔다. 전국 10개 박물관, 12개 상품관, 온라인 채널, B2B 거래 등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2024년부터 프랑스, 캐나다, 두바이, 뉴욕 등 해외 박람회와 전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내년에는 루브르 박물관과 MOU를 통해 공동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뮷즈'의 매출은 2017년 대비 4.5배 이상 성장했으며, 고객 만족도도 크게 향상됐다. 최 팀장은 '뮷즈'가 단순한 상품 브랜드를 넘어 미래 세대로 문화 향유층을 넓히고 지역 박물관, 작가, 소규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의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해외 사업 확대와 함께 관세, 환율, FTA 등 글로벌 정책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자들은 기술 혁신에 발맞춰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윤민섭 빗썸 연구위원은 "현재 K 콘텐츠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IP 자산의 토큰화와 팬덤 기반의 프로슈머 모델 전환,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역직구 시스템 개편, 팬덤 마케팅 강화, 관련 법률 정비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정 블록미디어 이사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제와 소비를 하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역시 AI와 AI 간 결제, 스테이블코인 활용 등 관련 법률 및 제도 정비를 통해 새로운 결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웹3 시대는 읽고 쓰는 단계를 넘어 결제까지 실행할 수 있는 '핀터넷' 생태계를 뜻한다"며 "이제 낡은 문법과 결별하고 새로운 문법으로 무장하고 세계 시장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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