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건설의 문제점 가운데, 경제성과 안전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전성과 혈세 낭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사상 유례없는 자연 파괴와 기후붕괴를 더욱더 심화시키는 사업이다. 지난 여름 살인적 폭염을 견디며 누구나 느꼈듯이, 이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개발하기보다는, 남은 자연을 지키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안정된 기후가 사라지면 농업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우리의 생존 불가를 의미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인류에게 22세기는 없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발밑을 허무는 미친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4. 거대한 산을 없애고 바다를 매립하는 사상 최대의 환경파괴 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바깥 바다에 건설하는 공항이다. 깊이가 20~30m, 연약지반이 45m나 되는 바다 위에, 50년 내지 1백년 빈도의 태풍에도 끄떡없고, 가덕수도를 드나드는 높이가 80m에 육박한다는 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높이로 공항을 만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멘트와 흙, 모래, 바위를 바다에 쏟아부을지 그 양이 상상이 안 된다.
가덕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수봉과 남산을 폭파해, 거기서 나오는 흙과 돌로 바다를 메운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 양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한겨레 21>의 보도에 의하면 공항 건설을 위해 깎아내는 흙의 양이 1억5200만㎥, 메우는데 드는 흙의 양이 2억400만㎥라 한다. 국수봉과 남산을 다 없애고도 5천200만㎥의 흙이 모자란다. 국수봉과 남산을 깎아낸 흙과 바위의 1/3이 더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 또 다른 산이, 또 다른 바다가 훼손되어야 한다. 생태자연도 1·2등급의 가장 건강한 산을 폭파하고, 해양생태도 1등급의 가장 건강한 바다를 매립하려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이 숲과 바다에서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뭇 생물들의 삶의 터전과 우리 생존의 기본 토대인 자연을 사상 최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이다.
15. 한국 최고의 동백숲과 해안숲을 파괴한다
사라지는 국수봉의 동남쪽 사면은 국내 최고의 동백숲과 해안숲이 발달한 곳이다. 80년대까지도 웬만한 시골 동네에서는 나무를 땔감으로 썼다. 그런 까닭에 우리 주변엔 오래된 숲이 거의 없다. 그러나 국수봉 일대는 20세기 초엔 일제가 강점해 해군사령부와 포대를 설치해 군사기지화했고,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해군이 이를 인수해 지금도 해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덕택에 이 숲은 국내에서도 드물게 자연이 잘 보존되어 백년숲이라 일컫는다. 부산시 기념물 제36호로 지정된 국수봉 동사면의 수천 그루 동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건강한 동백숲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자연의 깊고 맑은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가덕도 백년숲과 동백숲을 찾아 보시라.
16.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이렇게 숲과 바다가 건강하니 수많은 멸종위기종 역시 이곳을 터전으로 삶을 이어간다.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토종돌고래 상괭이가 그렇고, 긴꼬리딱새, 팔색조와 두견이, 대흥란, 수달 같은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가덕도 국수봉 숲과 주변 바다를 삶터로 살아간다. 만약에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이들 모두는, 숲과 바다가 사라지듯, 이 땅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여기서 사라진다는 것은 죽는다는 뜻이다. 이동성이 있는 생물은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 한다. 이주가 가능하다면 왜 멸종위기종이 생기고 천연기념물이 생겼겠는가? 지구에서 사람을 포함해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서식지가 사라지고, 작게 쪼개지는 만큼 거기에 사는 생물들은 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져야만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니, 개발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핵심 자연만은 지키자는 제도다. 문제는 법은 있으나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 개 보호법으로 보호받는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이 허가되었고, 한국 최고의 자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을 파괴하는 대저대교, 엄궁대교도 아무 문제 없는 듯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앞 정권에서 공동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안노선을 제시하며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바뀐 정권의 환경청은 그대로 통과시켜 버렸다. 가덕도신공항 환경영향평가도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 가장 건강한 숲과 바다를 파괴하나 아무 문제없이 협의과정을 통과할 것이다.
17.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더 많은 생물들과 한국 최고의 반딧불이 서식지를 파괴한다
멸종위기종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더 많은 생물들 또한 사라져야만 한다. 전국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1백년 나이를 자랑하는 수 많은 참나무들과 굴피나무, 가장 생태계가 안정된 극상림에서만 자라는 아름드리 개서어나무와 느티나무, 할머니 곰솔, 아름답게 노래하는 유리새와 섬참새, 바다직박구리, 수 많은 버섯과 민달팽이, 온갖 종류의 곤충들과 수천수만의 다른 생명들 역시 그 목숨을 내놓아야만 한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반딧불이와 2500그루 가 넘는 100년 넘은 동백숲도 역시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
가덕도 국수봉의 숲은 참 건강하다. 그러니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 역시 건강하다. 건강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가 반딧불이다. 어두운 숲에서 초록빛 작은 등불을 꽁지에 단 반딧불이가 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파란 불빛으로 깜박거리게 한다. 이 반딧불이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공항건설로 파괴하려하는 국수봉 일원이다. 무주를 포함해 전국의 이름난 반딧불이 서식지를 다녔지만, 여기만큼 반딧불이가 많은 곳은 없다고 한다. 올해 반딧불이 기행에 참여한, 수원서 반딧불이 조사에 참여하며 전국을 다녀보셨다는 분의 말씀이다. 반딧불이로 이름난 무주에도 이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국수봉 말길에서만 하룻밤에 1천 마리가 넘는 반딧불이를 만났다. 국수봉 주변 모두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이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깜깜한 숲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깜박거리듯 무수히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의 서식 역시 가덕도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제대로 실리지 않을 것이다.
동백숲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한다. 이른바 대체서식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옮긴다 한들, 그 숲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과 같겠는가? 가덕 인근 산으로 옮긴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곳에 원래 뿌리내리고 있던 식물들은 또 어디로 가겠는가? 동백이 오면 대신 그들이 사라져야 한다. 대체서식지 조성은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훨씬 심각한 사기다.
현재 부산시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서 대저대교와 엄궁대교를 건설하면서 제시한 대체서식지 계획을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하는 시늉뿐인 환경영향평가를 하다보니,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다리 건설로 서식지를 잃는 큰고니(백조)의 대체서식지를 만들겠다며 저들이 제시한 장소는, 대모잠자리와 맹꽁이, 삵 같은 다른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곳이다. 다리를 만들면서 큰고니 서식지를 파괴하고, 효과도 검증 안 된 대체서식지를 만들면서, 또 다른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는 이중 파괴를 아무렇지 않게 통과시키는 것이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다.
18.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 낙동강하구를 훼손한다
가덕도는 낙동강하구의 서쪽 축이다. 낙동강하구에 날아드는 수 많은 새들이 가덕도와 가덕도 주변의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다. 낙동강하구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어 일찍이 ‘신이 내린 축복의 땅’,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1966년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후 부산시로 편입되고, 1987년 하구둑이 건설되어 도심과 이어지면서, 지금은 난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어, 지금도 여전히 한국 최고의 철새도래지로 기능하는 곳이다. 남은 문화재보호구역의 면적만도 순천만의 3배, 우포늪의 10배가 넘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예정지의 일부도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 속하며, 만약 공항이 건설되면, 이곳의 철새 도래지 기능도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천년대 후반 부산진해신항과 을숙도대교가 건설되면서 낙동강하구의 해류와 지형, 지질 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 당시에도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있었고, 저감 방안 같은 조치가 있었으나, 그저 형식적 조치에 불과했다. 낙동강하구의 자연 생태계는 빠르게 붕괴되었다.
해마다 3천 마리 정도의 큰 무리가 찾아와 번식하던 낙동강하구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 쇠제비갈매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는 멸종위기종 목록에 그 이름을 올렸다. 수백 마리가 보이던 고니 역시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추었고, 멸종위기 2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 통과를 위해 작성된, 부산시 고위 공무원이 1저자로 등장하는 한국조류학회 논문에는, 을숙도 습지 복원 후 고니류가 증가했다고 적고 있고, 환경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서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철새도래지 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이 사라진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 생존의 기본 토대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19. 국제적인 철새 이동경로를 훼손한다
낙동강하구는 철새들의 세계 주요 이동경로의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의 주요 사이트로 등재되어 있고, 가덕도 일원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맹금류의 이동경로다. 이웃 일본의 쓰시마가 눈 앞에 보이는 이곳은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일본에 도착하는 가장 짧은 경로다. 맹금류 외에도 두루미 종류를 포함한 많은 새들이 이 경로를 이용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⑨ 나일 무어스 박사의 글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20.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숲과 바다는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자 저장고다. 기후위기는 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로 발생한다. 숲의 식물들과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숲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격리하고, 바다는 우리가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30%, 열의 93%를 흡수하며, 흙은 전 세계 대기와 모든 식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의 4배를 저장하는 탄소저장고다. 가덕도의 울창한 숲을 파괴하고, 그 흙과 바위로 바다를 메우는 일은,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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