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라의 Play the Stage] 35. 뮤지컬 ‘일 테노레’

[박보라의 Play the Stage] 35. 뮤지컬 ‘일 테노레’

뉴스컬처 2024-04-26 11:45:58 신고

[뉴스컬처 박보라 칼럼니스트] 국내에 대형 뮤지컬을 꾸준히 소개해 온 오디컴퍼니가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뮤지컬 '일 테노레'다. 특히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등으로 창작 뮤지컬 붐을 일으켰던 박쳔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와 손을 잡은 사실만으로도 뮤지컬계에서는 꽤 화제를 모았다. 앞서 2023년 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의 막을 올린 작품은 지난 3월부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로 자리를 옮겨 연장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말한다. 작품은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로 알려진 '이인선'을 모티프로 탄생했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오페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과 이수한이 주인공이다. 독립운동이라는 커다란 대의 앞에 오페라를 향한 모두의 열정과 소망이 촘촘하게 엮인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새로운 세상_홍광호(윤이선 역). 사진=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새로운 세상_홍광호(윤이선 역). 사진=오디컴퍼니(주)

독립운동을 위한 공연을 만드는 굵은 뼈대 위에 덧붙여진 것은 '꿈'이다. 형의 그늘에서 억지로 의대에 다니며 의기소침해 있던 윤이선은 우연히 오페라를 접하고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일제의 만행으로 부모님을 잃고 평화적, 문화적 독립운동을 이어간 서진연과 친일파 부모를 두어 강력한 독립운동에 의지를 보였던 이수한 또한 대한 독립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를 위해 마음을 모으던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난폭하고 미친 세상에서 소중한 꿈이 있다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그저 무거운 짐일 뿐일까“라는 고민이 자리한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오페라를 사랑하고, 오페라 공연을 올리는 것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이 될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무대 위의 인물들 또한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각자 소신껏 자신의 꿈을 향해 행동하고 또 내일을 위해 나아간다.

'일 테노레'의 1막 오프닝은 이미 국제적으로 성공한 테너 윤이선의 회고로 시작된다. 일과 사랑 모두를 완벽하게 이룬 것 같던 그의 삶을 차근차근 돌아본 관객은 2막 오프닝에서의 반전에 한번 놀라고,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눈물을 짓는다. 치열한 그날의 공연이 막을 내리고, 마침내 무대 위에 남은 것은 "누군가는 계속 꿈꿔야지"라는 '일 테노레'가 전하고 싶던 메시지다. 그리고 과거 척박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꿈을 따라 계속 나아갔던 이들에게는 존경과 박수를,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위로와 감동을 건넨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조선 최초 오페라 클럽_홍광호(윤이선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조선 최초 오페라 클럽_홍광호(윤이선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주)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유쾌한 포인트는 긴 러닝타임 사이에서 재미를 더한다. 앙상블마다 각각의 서사를 부여해 큰 인상을 남겼고, 인물과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해 홍광호는 뮤지컬 넘버와 정통 성악을 완벽하게 넘나들며 윤이선을 소화했다. 앳된 학생 연기도 꽤 잘 어울린다. 미국 배우를 직접 캐스팅했지만 자연스러운 한국어 실력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오페라를 내세운 만큼 클래식한 멜로디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작곡가 윌 애런슨은 정통 오페라 공식을 따른 메인 테마이자 아리아 'Aria 1: 꿈의 무게', 'Aria 2: 그리하여, 사랑이여'를 탄생시켰다. 두 곡은 극의 흐름에 맞춰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또한 18인조 오케스트 중 12인조를 현악기로 편성하여 풍부하고 감성적인 선율을 전한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오페라 레슨_홍광호(윤이선 역), 아드리아나 토메우(베커 여사 역). 사진=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오페라 레슨_홍광호(윤이선 역), 아드리아나 토메우(베커 여사 역). 사진=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새로운 세상_홍광호(윤이선 역), 김지현(서진연 역), 신성민(이수한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주)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모습_새로운 세상_홍광호(윤이선 역), 김지현(서진연 역), 신성민(이수한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주)

'일 테노레'의 하이라이트인 부민관 오페라 장면에서는 무대 중앙부와 양옆에 설치된 3개의 턴테이블이 회전하며 웅장한 규모감을 자랑한다. 앞서 무대 뒤와 아래에서 펼쳐지던 이야기를 너머 조선 최초의 오페라가 실연되는 무대로 이어지며 감탄을 자아낸다.

윤이선 역에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를 필두로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 전재홍, 신성민, 최호중, 서재홍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뉴스컬처 박보라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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