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다윤 인턴기자]
당신은 살기 위해 너무 애쓰고 있지 않은가? 주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등 우리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러나 쉼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는 우리와 같이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던 남편 ‘미키오’가 우울증에 걸리면서부터 시작한다.
'미키오’는 매일 아침 직접 도시락을 싸고, 요일별로 지정해 놓은 넥타이를 맨 후 출근한다. 사람들로 가득한 전철을 타고 겨우 회사에 도착해 상사와 진상 고객에게 치이다 보면 순식간에 하루가 끝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지속하던 완벽주의자 미키오는 어느 순간부터 머리카락이 뻗친 것도 모르고 집을 나서려 하거나, 휴대 전화를 두고 가는 등 그답지 않은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매일 아침 싸던 도시락을 쌀 수 없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아내 ‘하루코’에게 죽고 싶다고 고백한다.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하루코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지지해 준 것처럼 미키오를 지지해 주겠다고 마음먹는다.
안 깨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거였어.
하루코는 자주 가던 골동품점 사장님과 골동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평범한 유리병이지만 깨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에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깨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코는 우울증을 필사적으로 이겨내려는 미키오에게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이를 계기로 미키오는 동료들이 걱정되어 그만두지 못했던 일도 과감히 그만두고, 아내가 싫어해 먹지 않았던 낫토도 먹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아간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두 가지 공감에 대하여 제시한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한 공감이다. 미키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은 잊은 채 타인에게 맞추기만 하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뒤로 한 채 다른 사람의 마음만 헤아리다 보면 결국 쉽게 지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려 노력하기 전에 먼저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은 어떨까? 타인에게만 쏠렸던 공감이 나와 타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균형을 이룬 공감은 애쓰지 않아도 타인을 이해하게 해주며, 더욱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해줄 것이다.
두 번째는 타인에 대한 공감이다. 미키오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루코는 우울증에 관하여 공부하고 우울증에 좋다는 음식을 해주기도 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과하게 신경 써주려 노력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해주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조언에 따라 평소처럼 묵묵히 옆을 지켜주니 미키오는 점차 자신의 힘으로 우울을 극복해 낸다. 미키오는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아내의 모습이 아니라, 큰 벽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나를 믿어주길 원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어쩌면 진정한 배려란, 내가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 아닐까.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는 단순히 무겁고 우울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며 진정 필요한 공감과 배려에 대해 일러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영화다. 하루를 그저 견뎌내기 급급한 요즈음 미키오와 하루코처럼 나의 내면도 잘 들여다보고, 타인의 입장도 헤아려보며 서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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