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암호화폐의 왕'…샘 뱅크먼-프리드, 사기죄로 25년형 선고받아

몰락한 '암호화폐의 왕'…샘 뱅크먼-프리드, 사기죄로 25년형 선고받아

BBC News 코리아 2024-03-29 13:12:32 신고

선고받는 뱅크먼-프리드의 모습을 담은 법정 기록화
Reuters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공동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고객과 투자자들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2022년 FTX가 극적으로 붕괴하기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의 왕’이라 불렸던 전 억만장자의 몰락을 확실히 보여줬다.

뱅크먼-프리드(32)는 FTX가 파산하기 전까지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에서 뱅크먼-프리드는 “많은 이들이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고를 앞두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죄송하다.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고 발언했다.

FTX는 파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뱅크먼-프리드는 유명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그 덕에 고객 수백만 명이 이곳에 몰려들어 암호화폐를 구입하고 거래했다.

그러던 2022년, 회사의 불안한 재정 상태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은 앞다퉈 FTX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이에 결국 FTX는 파산했으며, 뱅크맨-프리드의 범죄 행각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이후 뱅크먼-프리드는 8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이상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그 돈을 부동산 구입, 정치 로비 자금, 기타 투자비 명목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렇게 지난해 뉴욕주 법원에서 금융 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28일 열린 재판에서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선고문 낭독 전 뱅크먼-프리드의 행동을 강하게 질책하는 한편, 그가 재판장에서 증언하는 내내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신은 자신의 기업이 고객이 맡긴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거짓말을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는 그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범죄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붙잡힐 가능성을 두고 잘못된 베팅을 했다는 점은 후회하겠지만,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뱅크먼-프리드는 고객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슬픔을 느낀다”는 주장을 늘어놓긴 했으나, 그러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후회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징역 25년은 중형인 건 사실이나, 이는 미 당국의 공식 지침에 따라 뱅크먼-프리드에게 내려질 수 있었던 100년 이상의 징역에 비하면 훨씬 적은 형량이다.

샘 뱅크먼-프리드의 부모인 바바라 프리드와 앨런 조셉 뱅크먼
Getty Images
샘 뱅크먼-프리드의 부모인 바바라 프리드와 앨런 조셉 뱅크먼은 아들의 선고 후 “가슴이 아프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달 뉴욕시의 연방 검찰은 판사에게 그토록 긴 형량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대형 사기를 저지른 범죄자이자, 법을 “뻔뻔하게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뱅크먼-프리드에게 최소 40년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편 현재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인단은 당초 약 5년~6년 6개월 정도의 가벼운 형량을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뱅크먼-프리드가 비폭력적이며, 초범이고, 정신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파산 법원을 통해 진행 중인 계획에 따라 고객들이 손해 본 금액의 상당 부분이 만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뱅크먼-프리드가 선임한 마크 무카시 변호사는 재판 당일 오전 법정에서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길 바라고 있으며, 이들은 돌려받아야만 한다”면서 “그에게 열심히 일해 다 돌려주라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미국 로펌 ‘로튼버그 립먼 리치’ 소속 변호사이자 전직 연방 검사 출신인 미셸 에프너는 이번 판결에 “무척 놀랐다”면서 뱅크먼-프리드는 약 13년 정도 수감 생활 후 석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매사추세츠 소재 웨스턴 뉴잉글랜드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가인 제니터 타우브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타우브 교수는 “그의 현재 나이 및 범죄의 억지라는 형벌 부과의 목적 간 적절한 균형점을 찾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카플란 판사는 형량을 선고하며, 종신형은 불필요하지만, 뱅크먼-프리드가 향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억제할 정도의 충분한 형량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플란 판사는 “이 남성이 향후 매우 나쁜 일을 저지를 위치에 있을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절대 가볍게 넘길 위험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에 쓰일 수 있도록 110억2000만달러(약 14조 8600억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이미 미 정부는 약 6억달러(약 8090억원)에 달하는 뱅크먼-프리드의 ‘로빈후드(암호화폐 및 주식 거래 플랫폼)’ 지분 등 그가 소유한 자산의 일부를 압류한 상태다.

한편 뱅크먼-프리드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경영상 실수한 건 인정하면서도 선의로 인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지난 거의 모든 재판을 지켜본 뱅크먼-프리드의 부모는 언론에 공개한 성명서를 통해 “가슴이 아프다.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선고를 앞두고 뱅크먼-프리드는 FTX엔 파산 당시 고객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자산이 있었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고객들이 고통받은 원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들은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를 지켜보기 고통스럽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고객뿐만 아니라 한때 가까운 친구이자 고위 간부로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캐롤라인 엘리슨과 게리 왕을 포함한 직원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들은 함께 정말 아름다운 걸 만들어냈다. 이들은 정말 모든 걸 바쳤다”는 뱅크먼-프리드는 “(그런데) 내가 그 모든 걸 버렸다. 이 생각이 매일 날 괴롭힌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서한을 보내 선고 결과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이들도 전 FTX 고객, 가족, 부모님의 친구, 아예 모르는 사람 등 수십 명에 달한다.

뱅크먼-프리드
Reuters

캘리포니아 주민으로 한때 FTX 고객이었던 루이스 도리니는 “피해자들에겐 씁쓸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징역형도 원치 않았다”는 도리니는 “25년간의 감옥 생활은 매우 긴 시간이겠지만,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TX의 파산 당시, FTX에 투자금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투자자 200명을 대리했던 암호화폐 거래 펀드 ‘윈센트’의 사무엘 하팍 최고경영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팍 최고경영자는 “25년은 긴 시간이다. 그리고 이는 이 업계가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는 신호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카플란 판사는 그가 폭력적인 위협을 가했다고 볼 이유는 없기에 뱅크먼-프리드를 최고 보안 시설로 보낼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뱅크먼-프리드가 자펙 스펙트럼을 앓아 사회적으로 어색해 교도소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수도 있다는 변호인단과 부모의 주장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재판을 앞둔 다른 암호화폐 경영진 및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봤을 것이다.

하지만 뱅크먼-프리드가 이 업계에서 유죄를 판결받고 선고까지 받은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소위 ‘코인 여왕’으로 불리는 루자 이그나토바의 동업자였던 칼 세바스찬 그린우드는 유령 암호화폐인 ‘원코인’에 수백만 명을 현혹해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640억달러(약 86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주동자로 징역 150년형을 받았던 버니 메이도프와 비교되기도 했다.

메이도프의 사건을 담당했던 연방 검사 출신이자 현재 미국 로펌 ‘와첼 미스리’의 소속 변호사인 마크 리트는 메이도프는 형을 선고받을 당시 나이가 더 많았으며, 범죄를 저지른 기간도 수십년에 달했고,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범죄 행각을 벌였으며, 그의 성격에 대해 증언해줄 사람이 없었던 점 등 뱅크먼-프리드와 메이도프 간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트 변호사는 “법원이 이러한 차이들을 암묵적으로 고려했으며, 이번에 생각보다 더 낮은 형량이 선고됐는데, 이는 적정하며, 항소심에서도 뒤집히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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