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지하철 창문’ 뜯어가…하, 자수하면 선처합니다”[그해 오늘]

“달리는 ‘지하철 창문’ 뜯어가…하, 자수하면 선처합니다”[그해 오늘]

이데일리 2024-03-25 00:0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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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로원 기자]지난해 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승객이 열차 창문을 뜯어가는 황당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귀중품은 물론 생활필수품도 아닌 ‘지하철 창문’이 도난당했다는, 뭇사람들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절도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났을까.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노약자석 위쪽 창문이 사라진 모습.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사건은 지난 3월25일 오전 0시50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지하철 2호선 290편성 4호차(2490칸)의 노약자석 위에 위치한 창문이 돌연 사라진 것이다.

객실 내부와 신도림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운행 중인 해당 칸에서 창문 1개를 뜯은 뒤 준비해 온 가방에 담아 훔쳐 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라진 창문은 승객의 머리 위쪽 높이에 설치돼 일부만을 살짝 열 수 있게 한 ‘반개창’으로, 구형 열차에서만 볼 수 있던 ‘과거의 유산’이다.

전동차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환기를 할 필요가 없는 최신식 전동차에는 굳이 여닫는 창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반개창이 달린 열차는 2021년에 마지막으로 생산됐다.

공사는 철도 동호인이 희귀한 전동차 부품을 손에 넣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같은 달 29일 철도 동호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절도 사실을 밝히며 자진 반납할 기회를 줬다.

하지만 창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공사는 같은 달 30일 서울지하철경찰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창문은 전동차 제조업체에 의뢰해 다시 사들였다. 창문 가격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교통공사가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창문을 뜯어간 A씨는 키 170~180㎝ 사이의 보통 체격 남성으로, 짧은 스포츠형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범행 당시 하얀 줄이 있는 검은색 트레이닝복 상의와 어두운 색 하의 차림이었으며, 흰색 바닥의 어두운 계열 운동화와 짙은 색 가방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지난해 5월 절도 혐의를 받는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기는 대신 형사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형사조정제도를 이용할 경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민사소송을 따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해 8월7일 A씨로부터 합의 금액을 돌려받았다.

이번 사건은 철도와 전동차에 대한 ‘비뚤어진 열망’에서 비롯됐으리라는 것이 철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2월에도 10대 청소년들이 지하철 내 행선지를 표시하는 ‘롤지’를 드라이버로 뜯어 훔치다 적발돼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특정 전동차의 물건이 동호인들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물건으로 여겨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수집 대상이 되는 물품은 승차권과 교통카드는 물론 기념품, 차량과 장치의 부품, 명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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