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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이다정(30)씨는 어떤 노인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데일리가 만난 2030세대들은 모두 취업과 공부, 일 등 현재 문제 탓에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거나, 노인과 함께하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유롭고, 다른 세대를 존중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5일 한길리서치가 이데일리의 의뢰로 지난달 1~5일 실시한 ‘세대 의식 국민 조사’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에 대해 20대 절반 이상은 ‘자기 개발(56.1%)을 꼽았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해 일하거나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30대는 경제적 문제(주식 등 재테크 33.5%, 내 집 마련 28.9%)를 고민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노후는 먼 훗날의 일로, 현실적인 고민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30세대는 주어진 현실을 살아가기에도 벅찬 모습이었다. 대학원생 허진영(27)씨는 “현실이 급급해 취업이나 커리어 개발에 정신이 없는데 이렇게 살면서 미래까지 떠올릴 순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백모(32)씨도 “노후를 생각하면 노화와 빈곤 등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렵다”며 “지금도 월급의 3분의 1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데, 홀로 노인이 되기엔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노인을 마주하는 경험이 적은 것은 나이듦과 노인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학생 김희진(25)씨는 “요양원 봉사활동과 지하철 등에서 노인을 마주하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주형(29)씨도 “평소 노인과 직접 대화하는 경우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 나쁜 경험이 부각되고, 자연스럽게 인식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고착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나이와 권위를 바탕으로, 앞세우는 모습을 보일 때 두드러지는 걸로 보인다. 이종수(29)씨는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고함을 지르거나, 오히려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일 때는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7)씨는 “타인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기 삶만 정답인 사람 등 옛날에만 머무르고 있는 태도는 멋이 없다”고 했다.
나이듦이 낯선 2030세대도 ‘멋지게 늙고 싶다’는 소망은 유효했다. 보험사 지점장으로 일하는 이종수씨는 “직업 특성상 노년층을 접할 일이 많은데, 65세 할머니께서 손자뻘인 나에게 ‘지점장님’이라며 존중해주셨을 때 이런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정후(27)씨는 노인 복지관에서 봉사를 했던 경험을 들며 “할머니들이 ‘모른다’고 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때가 멋있었다”고 ‘멋진 노인’을 규정했다.
2030세대의 ‘롤 모델’ 노인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이주형씨는 매일 운동을 해 건강을 챙기고,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도 돌보고 있는 올해 88세인 외할아버지를 꼽았다. 이다정씨 역시 올해 86세가 된 외할머니를 롤모델로 설명하면서 “동거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 ‘멋있게 늙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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