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14일 코인 관련 의혹에 둘러싸인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긴 '탈당의 변'에서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원로 정치인은 그의 탈당을 '책임있는 모습으로 자생당생(自生黨生)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계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모습'은 제1야당의 오래된 전통이다. 지난 2020년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축소 신고, 투기 논란에 휩싸여 당을 떠났다. '정의연 사태'로 유명한 윤미향 의원 역시 지난 2021년 권익위의 부동산 투기 의심 사례로 적발돼 지금은 복당한 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무소속의 길을 걸었다. 비록 탈당(脫黨)이 아닌 출당(黜黨)의 형식이었지만 민주당은 당을 위해 떠나는 이들이 출당을 통해 비례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해에는 민형배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를 위해 자진 탈당을 감행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책임있는 모습은 절정에 달했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관된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 역시 자진 탈당을 선택해 민주당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당을 위해 스스로 광야로 나서길 자처했으니 일부 강성 당원들에게 박수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부는 무소속 신분에도 '민주당 정신'을 잊지 않으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봉사했다. 민 의원과 윤미향 의원은 각각 국회 교육위, 농해수위에서 민주당의 정의를 실현하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법', '양곡관리법' 추진을 도왔다. 김홍걸 의원도 국회 외통위에서 활동하며 민주당의 '항일 투쟁'에 조력했다. 민 의원과 김 의원처럼 민주당을 위해 일한 공로가 인정되는 경우 복당의 영광을 맛보기도 한다. '영웅이 모함과 위기로 쫓겨난 뒤 공동체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다'는 감동의 서사시가 유독 민주당에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미담들이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결국 '꼼수 탈당'과 '슬그머니 복당'이라는 비아냥만 받고 있다. 왜일까? 정작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규제를 외치면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위선도, 다수당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법을 밀어붙이는 폭력도, 돈으로 당권을 잡을 수 있다는 불의도, 상임위 회의 중에 코인 거래쯤은 해도 된다는 부도덕도, 당사자의 출·탈당으로 모두 잊혀지고 문제의 근본은 바로잡히지 않는다. 당장의 생존과 이미지 관리를 위한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과 당내 일부는 민주당의 생존방식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5월 2주차)에서 한 주 만에 10%p가량의 2~30대가 민주당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으며, 15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호남 지지율이 전주보다 10%p가량 빠졌다. 지난 14일 쇄신의총에서도 당이 써먹던 생존공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남국 의원의 진상조사 지속 결정 말고는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생당생' 진통제로 연명하는 습관 끊어야 한다. 문제를 꼼수가 아니라 정수로 직시해 당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치유해야 한다. 제1야당의 자정능력 복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생당생도 하지 않고 당의 정점에 있는 '그분'을 방패 삼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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